비키니와 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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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통계는 비키니 수영복과 같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나타난 것은 암시적이고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다.
통계를 불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생각해 낸 풍자다.
『평균수심 3척의 개울물을 건너다가 빠져 죽는 사람도 있다』「평균」이라는 통계의 맹 맹점을 꼬집은 말이다.
남가주대「로런스·J·피터」교수의『이 시대를 위한 지혜』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다.
각설하고-.
우리 주변엔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통계수자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 밝혀진 기획원의 인구센서스중엔 그런 수자들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무주택가구는 42%이다. 세방살이하는 가구가 39%. 무주택가구의 3%는 대가족과 같은 형태로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총주택수는 5백46만호.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58만호, 단독주댁의 증가율이 7.3%인것에 비해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배도 넘은 1백6%씩 늘어나고 있다.
난방연료는 전가구의 70%가 연탄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지역의 연탄사용률은 91%에 달한다. 유류사용가구는 전체의 4%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의 깅경는 유류난방주택이 11%나 된다.
연탄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통계는 한마디로 설명한다. 연탄의 질이 떨어지면 우리나라 전가구의 70%에서 짜증이 터져 나온다는 것을 정책당국이나 연탄업자들은 알고 있어야할 것이다.
흔히 문화생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수세식변소를 따진다. 이 부분에선 아직 부끄러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체주택의 18%만이 수세식이다. 다행히 서울의 경우는 절반이 넘는 54%지만 수도의 면모라고 하긴 어렵다.
「올림픽 국민」의 수준이 되려면 우선 변소부터 개량해야할 것 같다. 서울시는 저리의 융자혜택을 통해서라도 이런 환경개선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5%에 지나지 않는 것은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그것도 고령자에 주로 많다.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그릇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서울시민가운데 통학·출근을 하기 위해 아침에 짐을 나서는 사람들이 3백25만명. 전시민의 52%이다. 이를테면 뉴질랜드같은 나라의 전인구가 이동을 하는 것과 같은 규모다. 이들가운데 한강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62만명이나 된다.
처녀총각의 구성비가 5대7인 것도 기억해 둘만하다. 본인들은 물론 부모들도.
여성들의 지위는 저걸로 향상되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20%로 나타나있다. 15세 이상 인구중에서 고교졸업비율이 5년 전에 비해 6.4%포인트나 늘었다. 국민의 지적저력은 든든하게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보이지 않는 통계」란바로 그런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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