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으로 얼어붙은 번호이동 시장…이젠 자급제폰·기기변경으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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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서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통 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4524건으로, 전 주의 일 평균 번호이동 건수(2만4316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단통법 시행 직전 새로운 단말기를 사기 위해 수요가 몰린 지난달 30일(5만318건)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보조금 혜택이 소비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소비자들이 가입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 업계에서는 이런 번호이동 ‘냉각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통법이 정착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다, 소비자들도 당분간은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번호이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같은 이통사에서 단말기만 바꾸는 ‘기기변경’이나 인터넷ㆍ마트 등에서 구입하는 자급제폰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스마트폰 공기계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나 늘었다. 전달인 8월보다도 80% 증가했다. 옥션도 공기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8월보다는 15% 증가했다. 중고폰 시장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6·7월 17~18만원에서 거래되던 갤럭시S4 중고폰은 지난달 21만원 대까지 올랐다. 갤럭시 노트2 중고폰도 6월 13만~14만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18만원 대까지 상승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공기계 가입자도 보조금에 준하는 요금할인(최고 12%) 혜택을 받게 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기변경’ 서비스도 소비자의 관심이 높다. 최근 이동통신 3사 기존 고객의 혜택을 늘린 새로운 기기변경 서비스를 선보인데다, 단통법 시행으로 번호이동과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판매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판매점에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적어 반갑지 않았지만 단통법 시행 전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기기변경을 요구하는 고객도 많아졌고, 판매점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통업계에서는 앞으로 이통사들이 남의 가입자를 빼앗아오기보다는 자사 가입자를 보호하는 방어적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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