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아산경찰서 '무늬만 1급 경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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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경찰서는 2009년 1급서로 승격됐다. 이후 인구 증가와 함께 범죄도 크게 늘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2009년 아산경찰서가 1급서로 승격했다. 이후 치안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경찰 인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은 불안하다. 5년이 지나도록 ‘무늬만 1급서’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아산경찰서 인력 문제를 들여다봤다.

최근 아산경찰서는 “사람을 죽였다”며 112에 허위 신고를 한 40대 남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산경찰은 소송을 통해 ‘경찰 차량 유류비와 출동 경찰관에 대한 정신적 피해 등 12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아산경찰에 따르면 A씨(40)는 6월 6일 오전 둔포면 자신의 집에서 아는 사람과 술을 마시다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며 허위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아산경찰은 관할 지구대 순찰차를 현장에 급파하고 뒤이어 형사와 과학수사요원도 출동시켰다. 하지만 A씨는 술값을 갚지 않고 있는 친구에게 화가 나 112에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찰력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향후 허위신고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경찰서가 112에 허위신고를 한 시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경찰 인력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 1인당 치안 수요 1000명 육박

2006년 21만 명에 불과하던 아산시 인구는 현재 3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에 아산경찰서 인력은 2006년(272명)에 비해 44명(총 316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1급서 승격 이후에도 경찰 인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현재 경찰 1인당 치안수요는 966명으로 1000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강력범죄도 해마다 늘고 있다. 절도의 경우 2006년 998건이던 것이 2010년 1665건으로 급증했고, 2014년 현재 1110건에 달한다.

 폭력사건도 2006년 857건에 그쳤으나 2014년 8월 현재 1128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범죄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성폭력(강간·강제추행) 사건은 2006년 4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53건, 2014년 8월 현재 75건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범죄에 경찰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전·충남지역 대부분의 1급서가 수사과와 형사과를 따로 두고 있지만 아산경찰서만 수사과가 업무를 통합해 보고 있다.

가까운 천안동남경찰서의 경우 인구 26만957명으로 아산보다 적지만 경찰 인력은 470명으로 1인당 치안수요가 728명이다. 아울러 형사과(42명)와 수사과(39명)가 강력사건과 경제사범 수사를 나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형사와 수사인력을 합할 경우 81명으로 아산서 56명보다 25명이나 더 많다.

그나마 아산경찰서 수사과의 경우 지원부서 인력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가용인력은 더 줄어든다. 최근 실종사건 증가로 별도팀을 두도록 돼 있지만 강력팀에서 함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1급서처럼 수사과·형사과 분리 안 돼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 인력 역시 천안동남경찰서는 161명에 달하지만 아산경찰서는 149명에 불과하다. 2인 1조로 근무하는 외곽 지역의 경우 출동사건이 몰리면 인근 파출소에서 지원을 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여유 인력 없이 인력을 배치하다 보니 아산경찰서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수사과와 지구대 파출소 같은 외근 인력은 물론이고 112상황실의 경우 낮 근무를 마치고 다시 야간 당직근무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아산은 산업시설 증가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인구가 급증했다. 이럴 경우 사회적 연대가 부족한 구성원들 사이에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아산의 경우 대규모 산업시설이 늘면서 불과 4, 5년 만에 수만의 인구가 급증했고 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나 다문화가정, 외국 유학생같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로 인한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범인을 검거해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순찰을 도는 경찰이 많아지면 범죄는 줄게 마련이다. 아산경찰서의 경우 1급서인 만큼 수사와 형사 업무를 분리하고 범죄예방 분야에 경찰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충남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 중 아산경찰서가 인력 충원 시 가장 앞선 순위로 고려되고 있지만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조만간 추가 인력을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인력 부족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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