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혼 때 퇴직연금 분할 비율 첫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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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업주부의 경우 35%, 맞벌이를 한 아내에게는 50%의 퇴직연금 분할을 인정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이 “공무원·군인·교사의 퇴직연금도 이혼할 때 나눠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분할 비율을 정한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전업주부 A씨(60)가 전직 공무원인 남편 B씨(64)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A씨에게 매달 받는 퇴직연금의 35%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1980년 결혼한 두 사람은 1남1녀를 뒀다. 2012년 A씨가 부부 갈등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퇴직 후 자신이 매달 받고 있는 퇴직연금 314만여원을 분할해 주는 것을 거부했다.

 항소심이 35% 분할 판결을 선고했으나 B씨는 “분할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연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B씨의 공무원 재직기간이 26년인데 이 중 혼인기간이 24년으로 92%를 차지한다”며 “B씨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가사와 양육에 전념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도 결혼한 지 31년 된 부부의 공무원 퇴직연금 재산분할 사건에서 아내에게 50%의 분할비율을 인정한 판결을 확정했다. 혼인기간이 31년에 이르는 점, 남편이 공무원 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는 의류점을 운영하며 경제적 기여가 컸던 점, 이혼 후 아들의 미국 유학비를 아내 혼자 부담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하급심에서도 배우자 연금 분할 비율을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7월 현재 받고 있는 배우자의 공무원 퇴직연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판단한 뒤 일반재산과 퇴직연금의 분할 비율을 각각 정하도록 판례를 바꿨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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