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음악회 나온 장쩌민, 사망·부패조사설 잠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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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9일 밤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있었던 ‘신중국 건국 65주년 음악회’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나머지 정치국원(18명)이 모두 참석했다. 국경절 기념 음악회에 국가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전 총리 등 전직 국가 지도부도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자만 3000명이 넘었다. 특히 장 전 주석 좌석을 시 주석 바로 옆에 배치해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리창춘(李長春)·자칭린(賈慶林)·저우융캉(周永康·조사 중) 등 전 정치국 상무위원 5명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둘러싼 전·현 지도부간 갈등설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원 전 총리는 일가 재산이 27억 달러(약 2조 800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저우 전 상무위원 조사 후 처벌될 호랑이(고위급 부패 공직자)는 원 전 총리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에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도 저우의 비리에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후 전 주석은 그의 측근들에 대한 조사 가능성에 대한 불만을 음악회 불참을 통해 알리고 있다는 얘기다. 자칭린 전 상무위원도 불참해 수천억 위안에 달하는 그의 가족 비리조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장 전 주석은 참여를 통해 자신에 대한 사망설과 조사설을 잠재웠다. 이달 초 일부 중화권 언론은 장 전 주석이 방광암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었다. 장의 장남인 장몐헝(江綿恒)과 저우 전 상무위원의 아들 저우빈(周濱)은 상하이(上海)에서 공동으로 석유회사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부패 수사가 장 전 주석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이 밖에 부패의혹을 받았던 리펑 전 총리와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도 참석해 건재를 알렸다.

 신화통신이 30일 음악회 참석자를 밝히면서 장 전 주석 등 원로들을 현 정치국원(25명) 다음에 거론한 것은 원로정치의 쇠퇴를 의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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