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예술운동 돕기 … 이것이 문화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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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빈민 운동가, 베스트셀러 소설가, 국회의원, 역술인. 『꼬방동네 사람들』의 작가 이철용(66·사진)씨가 거쳐온 삶의 역정이다. 이번엔 그가 ‘장애인 문화복지’를 들고 나왔다.

 이씨가 이사장을 맡은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장문원)은 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또 다른 가족과 함께하는 세 번째 이야기’ 공연을 연다. 휠체어 무용가와 신체장애 성악가, 맹인 국악단이 비장애인 예술가와 협연을 한다.

 이씨 자신도 결핵성 관절염으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장애인을 국가가 돌봐야만 하는 사회복지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며 “그들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을 보면 대개 단순노동에 종사해 생계가 어렵다. 문화를 통해 부가가치 높은 직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 활동으로 장애인의 자존감이 높아진다”고도 했다. 그가 설명하는 문화복지의 개념이다. 그러면서 “신체장애는 능력장애가 아니다”며 “장애인이니까 이번 공연을 꼭 봐달라고 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문원은 1996년 만들어졌다. 변변한 사무실이 없어 그의 개인 공간을 사용한다. 그래도 18년간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다. 이씨는 “장문원이 지방서 공연을 한번 하면 그 공연장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소리 높여 싸우는 것보단 효과가 백배 낫더라”며 웃었다. 이씨는 “앞으로 장애인 대상의 오디션·신인문학상도 만들고 싶다”며 “장애인 예술인을 위한 전용 전시·교육 공간을 마련하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이씨는 요즘 역술원 운영을 접고 사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사주는 앞날을 맞히는 족집게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관리학”이라며 “사주에 대한 오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집필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 ‘관상’이 뜬 뒤 충무로에서 사주 소재의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는데도 거절했다”고 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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