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명 위로 화산재 덮쳐 … 4명 사망·27명 심폐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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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御嶽山·3067m)이 분화하면서 화산재를 뿜어내 4명이 숨지고, 27명이 심폐정지 상태라고 일본 나가노현 경찰이 28일 밝혔다. 심폐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멈춘 상태로 의사의 사망 판정을 받기 전 상태를 의미해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말을 맞아 단풍 구경에 나섰던 300여명의 등반객들은 갑작스런 분화에 화산재를 뒤집어 쓰며 긴급 대피했다. 하지만 정상 부근에 있던 등산객들이 화산재에 파묻히면서 31명이 의식불명에 빠졌으며 그 중 4명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43명이 실종됐으며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미처 하산하지 못한 40여명이 정상 부근 산장 4곳에 긴급 대피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관·육상자위대원으로 구성된 550명의 구조대가 부상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황 냄새가 심해 수색이 중단되는 등 애를 먹고 있는 상태다.

 온타케산은 27일 오전 11시 53분쯤 굉음과 함께 분화를 시작했다. 2007년 3월 소규모 분화 이후 7년만이다. 산 정상 부근 3~4곳에서 화산재가 뿜어져 나와 하늘을 뒤덮었다. 화산재 기둥은 한때 10㎞ 상공까지 치솟았다. 28일에도 약 800m 고도까지 피어올라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정상 부근 산장은 온통 잿더미에 덮였다.

 화산재와 고온의 화산가스 등이 섞인 분출물 화쇄류(火碎流)가 남쪽 사면을 타고 3㎞ 넘게 흘러내렸다. 온타케산은 지난달 중순부터 화산성 지진이 늘어났고 분화 직전과 직후에도 수십 초씩 지속되는 화산성 지진이 수백여 차례 이어졌다. 일본 기상청은 그러나 관측 데이터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입산규제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일본 기상청은 뒤늦게 1~5단계인 ‘분화구 주변 경보’를 ‘입산 규제’를 뜻하는 3 단계까지 올렸다.

 일본 정부는 27일 오후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하고 구조활동을 위해 육상자위대원 110명을 급파했다. 이날 밤부터 등산로 주변에서 구조작업을 펼쳤고, 28일에는 구조대 550명이 산장과 정상 주변까지 접근해 등산객들을 피신시키고 구조활동을 벌였다. 산장에 고립됐던 등산객 등은 헬멧을 쓰고 20여 명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 구조대와 함께 하산했다. 부상이 심한 여성은 들것에 실려 내려오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은 28일 “온타케산의 분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비슷한 규모의 분화가 추가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분화구에서 반경 4㎞ 이내 지역은 화산재가 바람에 날려 떨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나가노현 오타키무라(王<6EDD>村)·기소정(木<66FD>町), 기후현 다카야마시(高山市)·게로시(下呂市)가 화산재 위험 지역이다. 화산재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농작물 등에 큰 피해를 입힌다.

 온타케산은 1979년에도 분화가 발생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온타케산과 비슷한 일본 내 활화산은 후지(富士)산 등 110곳에 이른다. 전세계 활화산의 7% 가량이다. 90년 나가사키(長崎)현 운젠다케(雲仙岳)에선 화산 분화로 41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사진 설명

일본 나가노(長野)·기후(岐阜)현에 걸친 온타케(御嶽)산(3067m)의 화산 분출로 28일 현재 화산재에 파묻힌 등산객 4명이 사망, 27명이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으며 43명이 실종됐다. 이날 화산재로 뒤덮인 정상 일대 산장에서 육상자위대 병력이 등산객들을 구조해 이송하고 있다. 분출 된 화산재로 온타케산 정상이 완전히 뒤덮여 있다. [로이터·AP=뉴스1·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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