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왕 박태환, 아시안게임서 20개 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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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태환(25·인천시청)이 26일 인천 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에서 4위(15분12초15)에 그쳤다. 초반부터 치고 나간 쑨양(23·중국)을 따라잡지 못했다. 힘을 다 뺀 박태환은 30분 후 400m 혼계영에 나섰다. 박선관(23·대전시체육회)-최규웅(24·부산중구청)-장규철(22·강원도청)에 이어 마지막 영자로 나서 동메달(3분39초18)을 합작했다.

 박태환은 21일부터 무려 7개 종목에 출전해 매일 메달을 땄다. 엿새간 체중이 7㎏이나 빠진 강행군이었다. 쉴 수 있는 날에도 후배들과 계영에 나섰다. 한국 수영의 선수층이 얇아 그가 뛰어야 메달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한국 수영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 만에 ‘노골드’를 기록했다.

 그래도 박태환의 레이스는 감동적이었다. 한국이 남자 경영에서 딴 메달 7개 중 6개(은 1개, 동 5개)가 박태환의 성과였다. 그가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딴 통산 메달은 한국인 역대 최다인 20개(금 6개, 은 4개, 동 10개)다.

 박태환은 “다 끝나고 나니 (금메달을 따지 못해) 더욱 아쉽다. 홈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여서 생각보다 긴장했고 부담을 느꼈다”면서 “그걸 이겨내지 못해 아쉽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되면 메달을 더 따고 싶다”며 웃었다.

 모든 레이스가 끝난 뒤 감동적인 ‘쫑파티’가 이어졌다. 메달 세리머니 이후 쑨양이 깜짝 시상대에 등장한 것이다. 박태환의 생일(27일)을 하루 앞두고 쑨양은 어머니에게 케이크를 사 오도록 부탁해 편지와 함께 전달했다. 케이크에는 ‘태환아! 생일 축하해’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박태환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경기장에서 생일 이벤트는 처음이다. 쑨양에게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의 마지막은 금메달보다 빛났다.

인천=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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