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에 일주문 등 세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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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시가 중구 남성로 일대 약전골목(약령시)에 설치중인 일주문과 홍살문을 놓고 인근 건물주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한데 이어 시민단체까지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경실련은 24일 "약령시 관광명소화 사업으로 추진중인 일주문.홍살문 조성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일주문은 주로 사찰 입구에, 홍살문은 궁전.관아.능.묘 등의 앞에 세우는 문으로 한의약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조형물인 데다 건물 등 주변의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남성로 동편(중앙파출소 건너편)의 일주문은 도로 너비에 비해 지나치게 규모가 커 주변경관을 훼손하고 차량 및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며, 주변점포에도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남성로 동편 일주문은 너비 7.5m, 높이 9.6m 규모로 대구시가 3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착공했으나 인근 주민의 반발로 지난 달부터 공사가 중단(공정50%)돼 이달 말 완공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건물 주인은 일주문 때문에 1.2층 건물 간판이 가려져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고 있다. 가처분 결정은 이번 주나 다음주초 나올 예정이다.

대구시는 민원이 일자 1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말 옛 고려예식장.경일한의원.종로호텔.한일산부인과옆 등 네곳에 착공한 홍살문 공사도 중단했다.

이에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5월 2억7천만원으로 남성로 서편(금호호텔쪽) 입구 도로에 너비 6.0m, 높이 8.1m의 일주문을 완공했다.

경실련은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해 당사자인 인근 건물주 등에게 규모 등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밝히지 않고 동의서만 받아 추진하고 미술위원회.건축위원회 심의없이 도로점용허가만 받아 공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일주문과 홍살문은 고건축가의 자문을 거쳐 결정한 약령시 '상징문'이지 종교적 색채를 띠는 문이 결코 아니다"며 "판결 뒤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다음달 7일부터 11일까지 약전골목 등에서 2003년 대구약령시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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