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불의 발견'…종이를 태워서 그림을 그린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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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출신의 미술가 스티븐 스파저크(Steven Spazuk)는 매우 특이한 도구로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바로 '불'이다. 파괴와 소멸의 상징이었던 불이 창조의 도구로 재탄생됐다.

불이 종이에 닿으면 다 타버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불꽃의 크기에 따라 종이는 타지 않고 그을음만 남을 때가 있다. 스파저크는 이 그을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방법도 특이하다. 불길이 위로 치솟는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항상 종이를 머리 위로 들고 종이에 불을 붙인다. 손에 익은 감각으로 불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그을음으로 대략적인 형태를 잡은 다음, 못이나 칼 등의 날카로운 도구로 그을음의 표면을 긁어내 형체의 디테일을 완성한다.

이런 방법 때문에 큰 종이에 그리기는 힘들다. 그래서 스파저크는 모자이크 형식으로 종이들을 이어붙여 대형 그림을 완성해낸다.

스파저크가 처음부터 불로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도 다른 화가들처럼 연필, 물감 등으로 그림을 그렸다.

2001년 어떤 꿈을 꾸고 난 후부터 불을 그림도구로 쓰게 됐다고 한다. 꿈에서 불로 그린 흑백 그림을 봤고 놀랍게도 꿈 속의 자신은 불을 이용해 그리는 방법을 완벽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부터 스파저크는 날마다 초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스파저크는 불로 그린 그림에 대해 '자연스러움'과 '우연성'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 번 생긴 그을음을 지우거나 수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화실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인류의 역사는 불을 발견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스파저크의 '불로 그린' 그림은 미술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배예랑 중앙일보 온라인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사진=스티븐 스파저크 페이스북,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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