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진 채무자에 "年利 25% 부과는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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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 관련 소송을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채무자에게 높은 비율의 지연 이자(연 25%)를 물게 하는 현행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과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와, 소송 대란이 우려된다.

지연 이자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것을 막기 위해 채무자가 패소했을 때 소장을 받은 날 이후부터 일반 이율보다 높은 이자율로 갚게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曉鍾재판관)는 24일 지연 이자율을 연 25%로 정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3조1항 및 시행령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포괄 위임 입법을 금지한 헌법(75조)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9명 중 8명의 의견(헌법불합치 1명)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이 지연 이자에 대한 기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위임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한할 때 요구되는 구체성과 명확성이라는 헌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소송 지연을 막고 권리 의무 실현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민사재판의 법정이율(연 5~6%)보다 지나치게 높은 25%의 이율을 정함으로써 채무자에게 지나친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소송촉진에 관한 특례법 3조1항은 '채무 이행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 이율은 소장(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도착한 날의 다음날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대통령령은 그 이율을 연 25%로 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법원은 전국에 계류 중인 30만여 건의 금전 관련 민사사건 재판에서 기존의 지연 이자율을 적용할 수 없어 선고를 연기하는 등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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