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오세훈 직책 맡아야" 링 위로 부른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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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0일이 63세 생일이었다. 이날 지인들과의 축하 자리에서 김 대표가 보수혁신특별위원회(혁신위) 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임명한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이들은 마땅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김 위원장에게 뭐 하러 ‘꽃가마’를 내줬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당내에서 세력을 넓히고 혁신의 성과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강조했다.

 “천하의 인재들이 당에 다 들어와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여기서 부상하는 사람이 대선에 나가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정말 사심을 버렸다. 그래야 우리 당과 정치의 미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몽준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적합한 직책을 맡겨 곧 당으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산돼 있던 쇄신파들이 당내에서 기를 펴 볼 수 있게 당 혁신위라는 장을 만들어 줬다”며 “그런 판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이 당으로 향하게 만드는 게 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측근들은 이처럼 경쟁자들까지 자기 주변으로 모아들이는 것이 곧 ‘무대(김 대표의 별명)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한 핵심측근은 23일 “김 대표는 평소 ‘공존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며 “한마디로 차기 주자들에게 ‘아웃복싱 하지 말고, 당 안에 다 모여서 제대로 붙어보자’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도 “‘무대 스타일’은 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면서 쌓인 ‘동지 정치’가 기반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정치권에 영입된 ‘스타’ 출신이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당직자로 정치권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계보의 울타리 내에서 정치를 해왔다. 정치인생 자체가 여럿이 함께하는 정치였다.

 한 보좌진은 이를 ‘울타리 정치’라고 불렀다.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두 번이나 당을 장악하고도 대선엔 다 지지 않았느냐”며 “정치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대표가 당을 독점한다고 대선에서 이긴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문호 개방이 ‘조기 권력투쟁’을 불러올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김 대표와 김 위원장 간의 갈등설이 그중 하나다. 김 대표가 최근 “혁신위에 전권을 준 건 아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주변에 “전권 위임이 안 되면 혁신이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와 나는 문(문수) 무(무성) 합작”이라며 갈등설을 진화하려 했지만 당내에선 이미 양측의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당의 주류인 친박계 인사들은 김 대표나 김 위원장에게 모두 냉담하다.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과 국회 외통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 등에서 “혁신위를 구성할 때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이 혁신위를 비박계 인사로 채운 데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제가 대표적 친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받아 넘겼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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