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사라진 풍류 기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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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제3보 (37~50)]
黑 . 서중휘 7단 白 . 김남훈 6단

경남 함양의 토호 집안 출신의 노사초(盧史楚) 국수는 진사시에 급제하기도 했으나 평생 바둑과 풍류를 즐기며 살았다. 바둑이 최고수였는데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내기바둑과 술로 가산을 탕진했다.

해방 후에도 지역마다 아마 강자들이 맹주처럼 버티고 있었다. 1960년대엔 대학가에도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70년대 바둑명문 '충암'이 등장하면서 아마 쪽에서 점차 충암이 강세를 보였다.

80년대에 연구생 제도가 재정립되고 충암은 자연 그쪽으로 편입되었지만(이창호 9단은 새 연구생제도를 거친 프로기사 1호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엔 연구생 출신들이 아마 쪽도 지배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과거의 풍류적 아마추어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서중휘는 지난해 4개 대회서 우승했고 김남훈은 2개 대회 우승과 3개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연구생 출신이 아닌 옛날식 강자로는 광주의 조민수 7단 등 소수가 명맥을 잇고 있다.

백△로 끊기자 맛이 고약해졌다. 일단 37로 받는 한 수인데 이때 38로 가만히 민 수도 흑을 괴롭게 한다. A마저 선수당할 수는 없으므로 서중휘 7단은 서둘러 39를 둔다. 이때 김남훈은 고대하던 40 자리로 시원하게 날아간다.

▶ 참고도

기막힌 곳이다. 이 한방으로 흑▲는 움직이기 어렵다. 백의 근거를 위협하던 이 돌이 졸지에 포로가 됐다. 흑의 명백한 작전 실패다. 43, 45로 넘어 피해는 줄였지만 사방이 두터워진 백은 이제 자유자재로 강수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48의 붙임이 날카롭다. '참고도'흑1로 받았다가는 6까지 바로 수가 난다. 49로 반발한 것은 강수라기보다는 돌파당하지 않으려는 부득이한 응수다. 그러나 이번엔 50의 옆구리 붙임이 통렬하게 떨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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