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성훈 '굴러온 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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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는 '건강한 도둑질'이 칭찬을 받는다. 도루와 관련된 얘기라고 짐작했다면 '노'. 트레이드 얘기다. 구단끼리 선수를 주고받을 때 상대보다 싼 값을 치르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를 데려온다면 그건 분명 '건강한 도둑질'이다.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홈런 2개, 7타점을 올린 선수가 있고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 429, 4홈런, 8타점을 기록한 선수가 있다. 엇비슷한 성적이지만 후자가 확실히 낫다. '도둑질'이라고까지 할 만한 대조는 안된다. 그러나 선수끼리 맞교환이 아니라 한 선수에게 현금 10억원이 보태졌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앞 선수는 기아의 4번 타자 박재홍(30)이고 뒷 선수는 현대의 6번 타자 정성훈(23.사진)이다. 현대는 지난 1월 15일 박재홍을 내주는 대가로 정성훈에다 현금 10억원을 얹어서 받았다.

성적이 더 좋은 정성훈이 나이가 일곱살이나 어리고 연봉(박재홍 2억7천만원, 정성훈 7천5백만원)도 무려 2억원 가까이 적다. 이건 분명 현대의 '도둑질'이다.

현대가 기아에서 '도둑질'해 온 정성훈의 맹활약을 날개 삼아 5연승으로 높이 날았다. 현대는 23일 수원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서 9-2로 승리, 경기가 없었던 2위 기아를 한게임차로 추격했다.

정성훈은 현대가 대거 7점을 뽑은 4회말 한 이닝에 두번이나 타석에 들어서 한번은 홈런, 한번은 적시타로 2타점을 올렸다. 선두타자로 등장, 한화 정민철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고 2사 후에는 셋째 투수 김백만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려 이숭용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정성훈은 4타수 3안타.2타점으로 펄펄 날며 SK 이진영과 함께 타격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현대 선발 바워스는 7이닝을 5안타.2실점으로 막아내 시즌 3승째를 올렸다. 한화는 3연패에 빠졌다.

잠실에서는 이병규가 혼자 5타수 4안타.3타점으로 활약한 LG가 13-4로 승리,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대구 기아-삼성, 사직 SK-롯데의 경기는 비로 취소돼 24일 더블헤더로 치러진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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