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아커만, 낙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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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도이체 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56.사진)이 교체될 것이라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가 보도했다. 슈피겔은 도이체 방크 이사회가 아커만의 후임으로 지멘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하인츠-요아힘 노이뷔르거(52)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이체 방크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슈피겔의 보도 등을 부인했지만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도 아커만 회장의 퇴임설을 전하는 등 퇴임 예상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최근 사회민주당의 뮌터페링 당수가 제기한 '천민 자본주의 논쟁'에서 대표적인 '천민 자본가'로 공격받은 데 따른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아커만은 그동안 사회적 시장주의 전통이 짙은 독일에서 대량해고 등 미국식 경영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경영자로 평가받아왔다. 독일에서 가장 많은 연봉(1008만 유로.약 131억 원)을 받는 경영자인 아커만은 지난해 도이체 방크의 수익을 2003년에 비해 87% 성장한 33억 달러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올해 2월 독일에서만 2000여 명을 포함해 6400명을 해고하고 1200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옮긴 데 대해 독일 정치권.노조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도이체 방크가 최대주주인 독일 이동통신업체 만네스만이 2000년 부도 위기에 빠지자 그는 이 회사를 영국의 보다폰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만네스만 경영진에게 5700만 유로(약 740억원)의 보너스를 주도록 승인해 송사에 휩싸이기도 했다.

◆ '천민 자본주의 논쟁'=지난달 11일 독일 집권당인 사회민주당 프란츠 뮌터페링 당수가 처음 제기한 사회적 논쟁으로 현재 독일 정치권과 기업 등이 나서 반론과 재 반론을 거듭하고 있다. 뮌터페링은 "독일 경제의 장기 침체와 대량 실업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에만 매달리는 등 탐욕에만 눈이 먼 기업과 경영진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논쟁을 제기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아커만은 "누구도 약탈적 자본주의는 원치 않지만 회사가 우선 살기 위해선 감원이 필요하다"며 "비난만을 일삼는 사람들은 그동안 단 한개의 일자리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응수한 바 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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