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경영학] 힘줄 때와 힘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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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전술은 전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라크전 때도 미국은 압도적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심리전이나 치고 빠지는 전술 등 다양한 작전을 펼쳤다.

비즈니스에서도 장밋빛 전망만 가지고 무조건 밀어붙이다가는 거들나기 십상이다. 아무리 전망이 밝아도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사업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골프 역시 전술이 필요하다. 골프의 전략.전술이라면 보통 '게임 매니지먼트'를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건 '스윙의 전술'이다. 짧으면 1초, 길면 2초에 불과한 그 순식간의 스윙. 거기서 골퍼들은 과연 어떤 전술을 펼칠 수 있을까?

그 핵심은 '처음부터 치지 않는 전술'이다. 골프는 근본적으로 클럽으로 볼을 치는 운동이다. 그런데도 치지 말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그것은 '백스윙 톱에서부터' 내리치지 말라는 의미다. 상당수 골퍼들은 백스윙 톱에서부터 힘을 주며 다운 스윙을 시작한다. 공을 멀리 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톱에서부터 힘껏 내리치기 시작한다. 스윙 톱에서부터 힘주어 때리면 갖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힘 주어 때린다는 건 팔로 스윙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궤도가 어긋나기 쉽다. 즉 힘껏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팔부터 앞으로 나오며 '아웃→인' 궤도가 된다.

더 결정적인 폐해는 헤드 스피드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스윙할 때 헤드스피드가 가장 빨라야 할 시점은 헤드가 공을 때리는 임팩트 때다. 스윙을 시작할 때나 임팩트 후에는 헤드 스피드가 아무리 빨라도 소용 없다. 볼과 헤드가 만날 때 스피드가 빨라야 거리가 난다.

그런데 톱에서부터 힘 주어 치면 그 힘을 다운스윙 내내 유지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임팩트 존에 들어서면 헤드스피드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다. 거리를 내기 위해 처음부터 있는 힘껏 치는 것이 사실은 거리를 더 줄이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나쁜 점은 무수히 많다. 임팩트 후 바로 자세가 흐트러지며 피니시가 안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아한 스윙'이 안되는 건 모두 처음부터 힘주어 때리기 때문이다.

다운스윙을 시작할 때는 힘빼고, 천천히 해야 한다. 조용히 다운스윙을 시작해 임팩트 존에서 '찰싹'하며 가속한 후 피니시로 넘어가야 한다. 그같은 다운스윙을 리듬으로 표현하면 '슬로-퀵-슬로'다.

흔히 볼을 때리지 말고 '스윙으로 치라'는 얘길 많이 하는데 그 얘기가 바로 '처음부터 힘주지 말라'는 뜻다. 다운스윙을 천천히 시작하는 전술. 그게 되면 싱글골퍼가 된다.

김흥구(www.GOLFSKY.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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