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흑을 잡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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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2보 (23~42)
● . 이영구 4단 ○.이세돌 9단

백△로 붙였으므로 23의 젖힘은 당연하다. 바둑에는 가끔 '오직 이 한수'라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지금이 그때다. 이 대목에선 바둑의 신이라도 젖히는 한수뿐이라고 한다.

24는 두 길이 있다. 실전처럼 곱게 느는 수와 25 자리에 되젖히는 수. 지금은 24 쪽이 옳다고 한다(이런 판단을 내리는 기준을 감각이라고 한다. 따라서 감각이 나쁘면 바둑이 강해질 수 없는 것이다).

흑25로 밀었을 때가 기로다. 젖히느냐, 끊느냐. 이세돌 9단은 끊어서 실리부터 취했고 그 대가로 31의 두점머리를 얻어맞았다.

힘좋은 이세돌은 32로 맞끊어 흑의 외세를 흩뜨리려 했는데 이영구 4단이 여기서 37이란 호착을 찾아냈다. 평범한 수 같지만 적시의 한 수여서 백38 받을 때 39로 기러기처럼 시원하게 날아갈 수 있었다. 흑 두 점이 거의 제압당한 것이다(37이 없다면 흑은 A 정도가 고작이고 두 점은 움직이기 쉬워진다).

▶ 참고도

여기까지 백△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변화가 끝났다. 누가 좋을까. 프로들은 말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흑과 백 중, 어느 쪽을 쥐고 싶은가 물어본다. 서봉수 9단과 백홍석 3단은 "흑"이라고 말한다. 14세의 유망주 김지석 2단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역시 "흑"이라고 한다. 백 실리도 크지만 흑의 세력이 좀 더 화려한 느낌인 것이다.

그렇다면 25로 '참고도' 백1로 먼저 젖히는 것은 어떨까. 흑이 이으면 3의 호구가 두텁다. 하지만 선수가 흑에게 돌아간다. 이것과 실전의 우열을 논하기란 참으로 어렵다(흑이 2로 잇지않고 A로 곧장 끊어온다면 백은 실전보다 운신이 쉬워진다).

이세돌은 40, 42로 완만하게 흑의 두터움을 지우기 시작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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