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14번…「현대건설」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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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75년부터 『공개해라』『못하겠다』는 줄다리기를 해온 현대건설(회장 정주영)이 마침내 『주식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26일 정식으로 정부에 서면 통고해왔다.
재무부에 낸 공개계획서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단행하겠다는 것.
올해는 중동건설의 수익성이 나빠졌으므로 호전되는 것을 기다려 좋은 조건으로 공개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현대측 사이에 공개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14번의 『촉구』가 있었을 만큼 끈질기고도 심각했었다.
현대건설측은 지난 77년초에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마지못해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그해 여름 아산문화재단을 만든다음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선회한바 있다.
현대건설의 주식 50%를 아산문화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후에도 정부로부터 계속 공개권유를 받았는데 최근엔 지난7월30일 마지막으로 증권감독원에서 현대측을 불러 촉구했었다.
현대건설이 지금가지의 태도를 바꾸어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러한 정부의 촉구 때문인지, 아니면 자체의 필요성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최대 규모의, 그리고 최우량기업으로 지목받아온 현대건설의 공개는 증권시장에 두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규모가 워낙 커서 주가에 압력을 가할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량 대기업이므로 오히려 시중의 부동자금을 흡수, 증시를 활성화 시킬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정부는 후자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재무부에 제출한 계획서에 의하면 현재 현대건설의 납입자본금은 1백50억원, 자기자본과 잉여금을 합치면 1천2백억원의 자산 규모다.
공개하게되면 40%이상을 해야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어느정도할지 아직은 미지수.
현대건설외에 올해 공개를 희망한 업체는 동원전자 하나뿐이고 정부로부터 공개권유를 받고 있는 업체(공개자격이 있다고 판정된 업체)로는 28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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