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 한은 공방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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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외환시장 개입 중단 발언을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 기사를 놓고 한은과 FT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FT는 20일자에 '외환시장 개입 한발 물러선 한은'이라는 서울 특파원발 기사를 통해 "박 총재가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며 18일자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FT는 이와 함께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박 총재와의 인터뷰 녹취록 전문을 게재했다.

FT에 따르면 박 총재는 당시 "외환보유액을 더 이상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 말은 더 이상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 영어로 "그렇다, 우리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No, no, we will not be intervening)"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도 이날 FT의 녹취록을 인용해 박 총재가 실제 그런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FT가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면서 일부를 삭제하고 유리한 부분만 실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박 총재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맞지만 이후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당시 "우리는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대신 투기적인 요인 등에 의해 외환시장이 불합리하게 출렁거릴 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미세 조정)'을 통해 개입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박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인위적으로 환율 조작을 하지는 않지만 환투기 등으로 시장이 흔들리면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환시장을 이해하는 기자라면 (일부분을 부풀려) 그렇게 기사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은은 이날 FT의 박 총재 인터뷰 기사가 박 총재의 발언 일부를 누락시키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FT 측에 보도 정정을 요청했다.

김준술.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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