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필리버스터' 존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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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민주정치의 주요 제도 중 하나인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진행 방해)가 생긴 지 217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필리버스터는 미 상원에서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에 맞설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민주당은 현재 이 제도를 이용,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연방 항소법원 판사 두 명의 인준 표결을 거부하고 있다. 투표에 앞서 진행 중인 토론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표결을 하면 통과될 게 분명해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5명, 민주당 44명, 무소속(민주 성향) 1명이다.

공화당과 백악관은 "민주당의 방해 정도가 지나치다. 필리버스터 제도를 폐지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폐지를 위해서는 50석 이상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공화당은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두 판사(둘 다 여성)가 동성애.낙태.소수자 우대정책 등에 반대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인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003년에도 필리버스터를 이용,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항소법원 판사 10명을 좌절시켰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이들 가운데 7명을 다시 지명했다. 이들의 인준안이 지난달 21일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우선 그들 중 2명의 인준안이 상원 본회의에 올라오자 민주당이 본격적인 제동에 나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이 제도를 그냥 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화당이 과연 이를 무시하고 필리버스터를 폐지할지 관심거리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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