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동네] '여자 아이, 클로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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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마리-크리스틴 엘거슨 지음
이브 보자르 그림, 박희원 옮김, 바람의아이들, 244쪽, 7800원

1881년 프랑스 리옹 시내,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크루아-루스 거리. 열한살짜리 여자 아이 클로딘은 오늘도 학교를 가는 대신 비단을 짜기 위헤 베틀 앞에 앉는다. 그나마 아버지는 연보라빛.붉은 빛 커다란 꽃무늬 벨벳을 짜지만, 자신이 짜야 하는 건 아무런 무늬도 없이 단조로운 파란 비단이다. 지루한 건 그래도 참을 만하다. 클로딘은 하루에 자그마치 열시간씩이나 옷감을 짜야 한다. 등이 굽을 정도다. 나중엔 과로로 결핵 감염 판정까지 받는다.

클로딘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클로딘은 일을 위해 만난 사람들처럼 대화가 끊긴 아버지.어머니를 두고 '왜 이 집에서는 누구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않는 거지? 나도 엄마처럼 살아야 하는 걸까? 말 한 마디 없이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랑 살면서 말이야'라고 중얼거린다. 계속 공장일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다그침에도 공장에 가지 않고 학교에 가서 많은 것을 배울 거라고 대든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따귀를 맞게 되지만.

이 책은 클로딘이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와 주변의 질시를 무릅쓰고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담은 짧은 성장소설이다. 책은 성공 스토리의 공식을 비켜가지 않는다.클로딘이 의상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맹목에 가까운 자기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들이 다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질 거야. 그래서 나를 우러러보게 할거야'같은 식의. 책의 주독자층으로 설정된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은 클로딘의 '분전'에 자극받을 것 같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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