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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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만교같은 얘기가 어느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류가 우주전쟁을 볼날도 멀지 않은 것같다.
요즘 미국의 한 우주과학 잡지는 소련의 킬러위성 얘기를 싣고 있다.
소련은 벌써 몇 년전부터 이런 위성을 개발해 왔었다.
우주개발의 기술경쟁에서 미소 두나라의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난 상태다.
소련은 바로 그 열세를 만회하는 전략의 하나로 미국 위성의 뒤통수를 치는 궁리는 해낸 것이다.
지난 78년 스톡홀름의 국제평화연구소가 출간한 『외계.미래의 전장』이란 책에 따르면 우주엔 무려 1천5백개의 군사위성이 떠돌고 있다. 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공등이 쏘아올린 위성들이다.
이들은 주로 통신용.일기예보.측지용들이다. 어떤 위성의 경우는 땅위에 나는 비둘기까지도 사진에 담을수 있다. 미사일의 배치는 너무도 선명하게 추적된다.
특히 사진용위성은 시속3만 km의 고속으로 눈 깜빡할 사이에 넓은 지역을 사진에 담을수 있다. 이젠 부대 이동이나 지형.지물의 변형은 비밀도 아니다.
만일 3차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누가 먼저 어디를 침공했느냐 보다는 누가 먼저 우주를 확보했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원천적으로 우주를 제압하지 않고는 어떤 전략도 유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역시 소련의 킬러위성에 대응하고 있다. F-15전투기의 날개밑에 숨겨둔 불과 76.2cm의 홍두깨같은 미사일로 적의 위성을 파괴하는 장치다. 적외선에 의한 감지유도장치가 붙어있어 이것 역시 허술한 무기는 아니다.
결국 오늘의 전쟁은 무기의 싸움이 아니라 기술의 싸움이다.
무기에 의한 전쟁은 단기간의 승패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최후의 승자는 되기 어렵다.
기술의 전쟁은 국력의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하다. 가령 적을 능가하는 신무기가 개발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끊임 없이 움직이고 연마할수 있는 경제력이 없이는 「잠자는 사자」나 마찬가지다.
기술의 전쟁은 한발 더 나아가 경제의 전쟁이다. 미국은 그점에선 언제나 태연하고 여유가 있는 것같다. 이제까지 기술전쟁에서 미국이 끝내 첨단을 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국력 때문이다.
소련의 킬러위성 개발이 미국을 놀라게 할수 있지만 당황하거나 초조하게 만들 수 없을 것같다. 미국이 뒤늦게 개발해 소련을 앞선 경우는 한둘이 아니다.
유엔은 이미 우주전쟁을 예방하는 우주무기 금지조약을 주장했다. 과연 그 소리를 귀담아 들을 강대국이 있을까. 그러나 인류는 전쟁이 우주의 세계에까지 확대되는 무한확산이 그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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