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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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정협의회가 출범한지 꼭 1년, 이제 「깨끗한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사정활동은 공직자사회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 대통령은 어제 사정협의회 전체회의에 보낸 지시에서 자율적 행정풍토의 확립을 통한 부조리 근절방안으로 ⓛ공직자의 명확한 책임소재 설정 ②압력으로부터 공직자의 보호 ③지도위주의 감사 ④소신 있는 공직자의 포상 등 4개 지침을 시달했다.
무릇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부정부패 추방의 의지도 강제보다는 개인의 자율적 판단, 다시 말해 의식의 개혁을 통해 확립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 서정쇄신의 이름아래 갖가지 노력이 경주됐어도 공직자사회의 부조리는 끊일 날이 없었으며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린 느낌마저 없지 않았다.
결국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단속과 계몽에 아울러 공직자 윤리법 같은 법적 강제력을 갖는 외부장치까지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제정은 안됐으나 공직자윤리법의 제정추진은 제5공화국의 청렴 의지를 타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사회정화운동이 결코 일시적 단속이나 구호에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공직자의 정신혁명 추구와 이것을 촉진하는 법적 장치 이외에도 정부가 할 일은 왜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못하는가, 그 근본원인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다.
경찰관의 예금통장 절취사건에서 보듯이 13년을 근무한 경찰관의 봉급이 18만3천원이라면 이것은 기아임금이며 부정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뇌물을 받지 않아도 빠듯하게나마 생활은 할 수 있는 봉급을 준 연후에 비위를 저지르는 공무원을 엄격히 다스리는 것이 부패추방을 실현하는 정도이며 근본적 수술을 위한 접근인 것이다.
물론 공직자 개인에 따라 만족할 수 있는 생활수준이 제각기 다르겠으나 국가의 재정형편상 공직자에 대한 지나친 우대는 기대할 수 없다.
한 예지만 동자부 국장의 경우 새시대가 도래했어도 업자들로부터 받은 수뢰액수가 너무나 큰 것에 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도 공직을 치부의 자리로 생각하는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자율적 정신혁명을 이룩하는데 있어서 주변인물들의 부정적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전 대통령도 위압과 동료에 의한 유혹마저도 뿌리칠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모든 공직자는 자기 가정에서부터 부정에 다시 빠져들게 할 취약요소가 없는가 살펴야할 것이다.
사정당국이 지적한 바와 같이 7O년대 일부 공직자들에게는 음성수입이 고정적으로 만연된 결과 오늘날 그 음성수입과 몌별하려면 지극히 고통스러울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극복함이 없이는 부정의 추방은 이룩될 수 없으며 정부는 이들을 돕고 격려해야 「깨끗한 정부」의 실현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공직자 개개인의 자율적 결단 없이는 지금 형성중인 청렴 풍토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나 억제형태에 있는 사회적 비리가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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