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보월도』는 중국 그림인 듯"|동양학 학술대회서 최순우씨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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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선초기의 화가 이상좌의 작품으로 건해지는『송하보월도』는 『마하파의 중국그림』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미솔사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상오 10시) 단국대강당에서 이 대학 부설 동양학연구소 (소장 황패강)가 주최한 제11회 동양학학술대회에서 최순우씨(국립박물관장) 는 『15∼16세기의 산수화』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상좌의 작이라고 알려져온 마하파(남종시대 마속과 하규파)계의 산수「송하보월도」는 엄격하게 살펴서 이상좌의 작품으로 단정할 근거가 매우 적다』고 밝히고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다른 여러 작품들과는 화풍과 기법이 매우 다를 뿐 아니라 화폭의 크기로 보나 그 기법의 엄정함으로 보나 고려시대의 화적 또는 고려에 수입되어 있던 마하파의 중국 그림일 확률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송하보월도』를 이상좌의 그림으로 단정하고 이제까지 펴온 이상주론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못박았다.
한편 최관장은 이 주제발표에서, 조선시대 15∼16세기의 산수화가 아직도 한국적 독자양식의 자리를 잡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한국 산수화라고 분명하게 일컬을만한 요건을 아직 갖추지 못한「모색의 시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시대의 산수화를 대관하면 그 두드러진 특징이 보수성이라고 말하고 그 보수성의 연유속에는 복고적인 송회화 숭장과 함께 중국 화단에 대한 서울화단의 후진성이 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화단, 특히 산수화의 새바람들에 대해 둔감하면서 덮어놓고 중국의 고격산수를 추종하고 숭상해온 미술 향유층의 타율적 성향이 나타낸 후진성과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이러한 후진성과 지식인들의 시대적 사고 때문에 나타난 조선시대 초기의 산수화의 특성은 자용 양식이 서기 못한채 외래양식으로 일관된 것』이며 『한국적 화풍의 특색은 조선시대 후기에 비로소 정립되었다』고 최관장은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조선시대 초기와 중기의 화가들이 중국의 화풍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이를 토대로 중국회화와는 구분되는「한국적」화풍을 형성하였다』는 학계의 또 다른 주장과 대조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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