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범인조작까지 기획했었다"­윤노파 예금증서 빼낸 하형사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피살된 서울 원효로 윤노파의 예금증서 횡령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시경은 이사건의 범인으로 당초 윤노파 사건의 수사전담요원이었던 서울 용산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하영웅순경 (41)을 검거한데 이어 또 다른 관련자가 있는지 여부, 다른 금품을 더 챙겼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18일 조사중인 하순경으로부터 윤노파의 예금증서가 제일은행 퇴계로지점에서 발견된 직후 이 예금증서가 자신과 관계없는 것으로 조작하려했으며 이 사건이 보도된 후 동료형사에게 자신의 횡령사실을 실토했다는 진술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있다.
경찰이 공범의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은 13년 동안 경찰로 일한 하순경이 비밀구좌를 인출할 경우 추적에 의해 출처가 곧 드러날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수사반원으로서 이 시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서둘러 현금인출을 기도했겠느냐하는 의문 때문이다.
관계자는 하순경이 공범과의 분배문제 등으로 예금증서를 현금화 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지 않았나 보고 있다.
또 다른 피해품의 가능성은 ▲이번에 문제된 예금증서의 발견일자가 8월12일로 윤노파의 시체가 발견된 8월4일보다 1주일 이상 늦었고 ▲금붙이와 현금·예금통장등 윤노파의 유품을 보관했던 캐비니트 열쇠를 수사본부가 해체된 8월17일 이후 10일 동안 하순경이 보관했다는 점이다.

<절취>
하순경이 문제의 예금증서 3장 (2백만원짜리 2장·1백50만원짜리 1장)을 훔친 것은 지난 8월26일 하오 2시∼2시30분 사이.
서울 용산경찰서가 윤노파 살해사건의 진범으로 고숙종씨를 구속 송치한 이틀 뒤였다.
하순경은 이날 낮 11시쯤 김연윤수사과장과 함께 검찰로부터『윤노파의 유품을 유족들에게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고 돌아 가는 차안에서 김과장으로부터『오늘 중으로 유품을 정리해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순경은 이날 하오2시부터 형사계 숙직실에서 혼자 윤노파의 통장과 증서 90개를 정리하다 문제의 예금증서 3장이 당초의 압수품목록에서 빠져있는 사실을 발견, 이를 빼 돌려 호주머니에 넣었다.
하순경은 2시30분쯤 『일감이 너무 많다』며 천모·김모형사등 2명을 불러 함께 유품을 정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대목에 대해서는 하순경이 범행사실을 숨길 목적으로 『동료들과 함께 유품을 정리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동료를 불러들인 것으로 보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