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미국 중국집의 쭈뼛한 뒷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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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아마 한번쯤 들어봤을 텐데요. 말 그대로 중국집에서 중국음식을 먹으면 두통이나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 나온 말입니다. 한국 화교 출신이 하는 중국 식당을 자주 들락거리던 미국 교환학생 시절, 저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요리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뒷머리에서부터 뭔가 쭈뼛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허리까지 내려가면서 몸이 마비되는 것 같더군요. 중국음식을 먹을 때마다 뭔가 센 압력이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몇 번 더 겪은 후론 한참 동안 중국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MSG가 바로 이 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의 주범으로 한동안 지목됐죠.

 그런데 한참 지난 뒤에야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면을 정말 좋아해서 기회만 있으면 라면을 찾아 먹는데, 평생 한 번도 라면 먹을 때 그런 경험을 한 적은 없거든요. MSG 많기로야 중국음식이나 라면이 매한가지일 텐데 말이죠. 하여간 MSG란 뭔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결혼하고 직접 요리를 해먹게 된 후엔 단 한번도 조미료를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몇 년 전 MSG가 무해하다는 정부 보건당국의 발표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또 그런 발표에 아랑곳없이 다들 MSG 안쓰는 식당을 ‘착한’ 식당이라며 칭송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그 와중에 커피믹스 시장을 뒤흔든 카제인나트륨 논란이 불거졌고, 최근엔 너도 나도 ‘글루텐 프리’를 외치니 대체 진실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주 江南通新 2~3면의 ‘착한 음식만 찾는 세상’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본 기사입니다. 혹시 일부 식품회사의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칠까 봐 상당히 조심스러웠지만,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불필요하게 불안해하고, 또 그런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공포 마케팅을 일삼는 업계의 현실을 꼭 한번 다루고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재료비를 들여 얼마만큼의 맛을 낼 것인가 하는 건 선택의 문제이지, 결코 선악의 기준점은 아니라는 것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의도가 독자 여러분에게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江南通新과 분리 배달하는 ‘열려라 공부’(열공) 섹션에서는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이 다뤘지만 그와 좀 다른 시각에서 일선 학교에서 빚어지는 혼선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꼭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이 현장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한번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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