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다트공백」에 미소, 세력확장 각축|친미.친소.중간그룹등 기존세력 균형깨질 요소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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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다트」가 사라진 중동은 지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아랍내의 온건파와 강경파, 그리고 이들의 대부역할을 해온 미국과 소련등 얽히고 설킨 중동의 정치기상도에 이상기류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중동(일부 동북아프라카. 페르시아만안국가포함)의 정치지도는 이집트.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등 친미그룹. 리비아.시리아등의 친소그룹, 그리고 그 중간에 속하는 중도그룹등 셋으로 나누어진다. 세그룹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뒤뚱거리긴 했지만 세력균형을 통해 안정을 지켜왔다.
그러나 「사다트」의 죽음으로 이균형은 심하게 요동을 칠 전망이다. 우선 친미아랍온건파와 친소 아랍간경파가 이집트를 서로 자기편에 끌어넣으며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것이다.
미국의 중동 전문가들은 누가 「사다트」이후의 이집트를 이끌든간에 「사다트」와 같은 친미의 외곬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다트」를 계승할것이 확실한 「무바라크」부통령의 「사다트」의 외교노선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아랍국가들과의 화해를 모색할 것은 확실하다.
또 이집트국민들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의 동맹보다는 같은 회교도인 아랍국가들과 친선쪽을 바라고 있고 1백만명이상의 이집트고급노동인력이 중동산유국 전체에 흩어져 취업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파해서는 안된다.
「사다트」의 이집트는 78년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이후 아랍권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고립되었고 수단.오만.소말리아 정도가 눈치를 보며 「사다트」의 뒤를 따랐을 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등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은 결코 반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팔레스타인문제의 해결없이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사다트」와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무바라크」로서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오는 연간 10억달러의 원조액과 캠프데이비드협정 이전까지 아랍산유국으로부터 왔던 연간 40억~50억달러의 원조액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집트를 대 중동정책의 아킬레스 힘줄로 삼았던 미국으로서는 이제 이와같은 국면을 맞아 새로운 중동정책을 검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추어 소련의 대응조치도 예견된다.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후 특히 「레이건」행정부 출범후 서방세계의 생명줄이라 할수 있는 주동 석유자원의 보호를 위해 대소 전략을 1.5개념에서 2.0 개념으로 바꾸었다.
미국이 중동의 교두보로 삼았던 이집트의 향배에 따라 중동정세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이집트의 눈치를 보고 있던 수단.오만.소말리아의 태도가 불분명해질 것을 예상할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이들 국가들은 비동맹원칙으로 되돌아가 미국에 이미 약속해놓은 군사협력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후 소련의 중동과 인도양에서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이집트.소말리아.오만.케냐등지에 미군 육상기지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이들 국가들로부터 이미 승인을 얻어놓고 있다.
또 소련의 대 중동 대리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던 리바아의 「가다피」의 활동이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다.
「가다피」는 지난 8월17일~19일 사이에 남예멘 아돈에서 열린 리비아.이디오피아.남예멘 3국정상회담에 참석, 3국우호조약을 체결했다.
이조약은 미국의 팽창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어 꼭 한달뒤인 9월17일부터 3일간 「가다피」는 리비아.알제리.남예멘.시리아.PLO등 아랍 강경파들로 구성된 「아랍강경대결전선」(ASCF)정상회담을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개최하고 소련과의 관계강화, 석유무기화, 대미관계 전면 재검토등을 촉구한바 있다.
「사다트」이 죽음으로 중동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며 이러한 가운데 미소간의 각축전은 더욱 불꽃을 튀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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