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흔감정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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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범인이 남긴 이빨자국, 치흔(치흔)은 지문이나 발자국, 핏자국처럼 강력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지문이 만인부동(만인부동)이듯 이빨로 문 자국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피살체에 남긴 치흔에 대한 법의학적 식별감점이 범죄수사상 유력한 증거가 된 사례는 적지 않다.
77년7월하순, 복더위속에 인천시 연안부두근처 대포집에서 60대여자주인이 목이 졸려 숨지고 현금을 강탈당한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초동수사에서 범인의 지문이나 머리카락·혈흔 등 수사에 도움이 되는 유류품을 찾지 못해 초조했다.
그러나 인천도립병원에서 피살자의 시체부검결과 피해자의 얼굴과 허벅지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이빨자국을 찾아냈으며 술집노파가 살해되기 전 범인에게 강간당한 사실도 밝혀냈다.
국립수사연구소 법치의학팀(팀장 김진열박사·현 연세대치과대교수)은 피살체 치흔의 식별감정에 들어갔다.
먼저 이빨자국에 복사지인 트레싱페이퍼를 갖다대 치흔을 떠내고 증거로 장기간 보존하고 다루기 쉽도록 치과용 재료인 실리콘러버(Siliconeruber)로 치흔을 재현시켰다.
경찰은 이 술집에 자주 드나들었던 김모(35)를 용의자로 보고 김의 위아래치열과 잇몸형태를 치과용 재료로 옮겨 석고모델로 재생한 후 트레싱한 피살체의 치흔과 용의자의 치열모델을 맞춰 치열이 같음을 밝혀내고 용의자를 추궁, 범행을 자백 받았다.
이같이 치흔감정에는 ▲트레싱페이퍼사용법 ▲실험치흔 제작법이 흔히 이용되고 ▲치흔을 사진 찍어 대조하는 음화사진중첩법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여대생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지난달 21일 숨진 박상은양의 오른쪽 귀와 광대뻐사이 얼굴에 상하로 남긴 치흔을 찾아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용의자 J군(22·K대3년)의 치열과 대조, 치흔과 치열이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박양의 얼굴에 치흔이 생긴 때를 정확하게 감정할 수 없는데다 피살되기 이전에 J군과 만났을 때 치흔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범행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물증이 될 수 없다.
치흔감정이 범죄수사에 맨 처음 이용된 것은 13년전인 68년12월 영등포한강모래사장에서 알몸여자피살체로 발견된 이모양(25)의 아래턱에서 이빨로 애무당한 치흔을 찾아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국종박사팀이 용의자의 치열과 대조, 범인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69년 인천시 궁평동 미군위안부살인사건매도 위안부 이모양의 유방에서 애무 때 생긴 이빨로 물린 자국을 찾아내 법인을 검거하기도 했다.
법치의학자인 연세대 김진열교수(국립과학수사연구소고문)는 성범죄 등 강력사건 피해자의 몸에 애무의 흔적이나 반항할 때 생긴 이빨자국이 많고 사건현장에 범인이 먹다 버린 과일 빵 등에 이빨 흔적이 남아있는 사례가 많아 치흔감정이 사건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있다고 밝혔다.

<정도영기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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