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사람 생각을 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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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같은 직장에 있는 S양을 무척이나 짝사랑하고 있는데 과연 S양은 나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을까.』
이럴때 S양의 생각을 TV화면같이 움직이는 그림으로 비춰볼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생각을 비춰보는 기계」는 아직은 꿈같은 얘기일지 모르지만 일부 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의 뇌는 항상 뇌파라는 전기적인 파장을 내고있으며, 머리에 전극을 부착시켜서 뇌파를 기록하는 방법은 이미 1925년에 발견됐고 현재는 32개 부위에서 각기 다른 뇌파를 기록할 수 있게됐다.
학자들의 관심은 같은 자극에 의해 누구에게나 같은 뇌파가 나타난다면 뇌파분석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컴퓨터에 의한 뇌파분석이 시도되고 몇가지 정형이 밝혀지고 있다.
64년 영국 버든 영양연구소의 「게리·윌터」씨는 소위 「기대파」라는 일정한 뇌파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 뇌파는 즐거운 일을 접했을 때 나타난다. 실험에서 이성애를 즐기는 사람에게 이성의 누드사진을 보여주면 「기대파」가 나타나며, 동성애자는 동성의 누드사진을 볼 때 「기대파」가 나타난다.
같은 64년 미국 뉴욕주 신경정신연구소의 「새뮤얼·서튼」박사는 P300이라고 명명된 정형파를 발견해냈다. P300파는 소리나 광 등 갑작스런 자극에 접했을 때 나타나는 뇌파.
N100파는 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븐·힐야드」교수에 의해 발견됐다. 위기를 맞았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파로 P300파와 더불어 술을 많이 마셨을 때는 뇌파의 진폭이 줄어들어 술에 취한 사람이 위기에서 급히 피하지 못하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캘리포니아대의 「마르타·쿠타스」교수와 「힐야드」교수는 공동으로 N400으로 불리는 뇌파를 발견해 냈다. N400파는 이론상 맞지 않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타나는 뇌파로 만약 『그는 귀로 노래를 불렀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N400파가 나타난다.
최근에 들어서는 특정단어를 들었을 때 나타나는 뇌파의 정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미주리대학의 연구진은 『20개 단어에 따른 특정한 변화를 발견했다』고 보고한 일이 있다.
뇌파의 정형모델 및 분석은 우선 불구자들의 불편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본다.
팔·다리를 못쓰는 사람의 머리에 전극을 장치하고 뇌파를 해석해서 인공수족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컴퓨터를 부착한다면 불구자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상인처럼 공을 차고 나비를 잡을 수 있게된다.
두번째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기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대형여객기를 모는 조종사들이 충돌의 위험이 있는 순간 『앗-비행기를 옆으로 틀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뇌파를 받은 컴퓨터는 비행기를 움직여 충돌을 피할 수 있게된다.
세번째는 뇌파를 영상화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면 여러 가지 이용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이언스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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