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병들게 하는 고고홀|돈만 주면 .밀실·도 서비스 술·담배 들며 퇴폐 유흥 즐겨|중학생부터 재수생까지 초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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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광희동 초저녁 고고클럽「도라도라」-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이 병 들어가는 저주의 장(장)이었다.
26일 밤 경찰 단속반이 잠입했을 때 홀 안에는 1백39명이 광란의 제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1백6명이 남녀 중·고생들이었다.
사이키 조명 아래 디스코 섹시 뮤직이 끝나고 블루스『그대와 영원히』가 흐르자 새파란 소년소녀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적대기 시작했다.
파트너가 없는 아이들은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끌어안고 스텝을 밟았다.
『그 자리에서 꼼짝마!』 하오 8시 요소 요소에 배치를 끝낸 단속반이 고합을 치며 모든 전등의 스위치를 올렸을 때 자옥한 담배 연기 속에 어지럽게 널린 술병과 안주, 거슴츠레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똑똑히 드러났다. 대부분이 바지차림의 10대 아이들. 얼굴을 가리며 귀퉁이로 피하는 가하면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었고 술에 취한 백모군 (16·서울옥수동)은 술병을 경찰에 던지는 반항도 보였다.
재빨리 학생증을 찢는 학생도 있고 호주머니의 담배를 꺼내 바닥에 문지르는 학생, 겁에 질려 우는 여학생….
『어른 출입 금지, 미성년자 환영』의 영업방침으로 고고클럽을 운영해 온 주인 지순자씨(30) 내외는 바로 청소년들의 탈선을 본격적으로 조장해온 장본인들이었다.
초저녁 고고클럽「도라도라」가 학생상대의 고고 영업장이란 사실은 서울시내중·고교생 사이엔 널리 알려진 비밀이었다.
평일에는 50∼70명으로 출입자가 적지만 토요일 밤9시쯤이면 2백40석의 좌석은 초만원. 모두가 20세의 재수생에서 15세의 중학교 2년 생까지가 고객.
「도라도라」는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입장료 2천원만 내면 우유나 콜라 한 병을 주고 술은 맥주건 양주건 마음대로 사 마시도록 했으나, 술의 매장이 줄자 지씨 내의는 26일 부터 영업방침을 바꿨다.
입장료를 1천원으로 내리면서 우유나 콜라를 주지 않는 대신 한 테이블(4명)에 6천원씩의 기본요금을 내도록 한 것. 기본 요금을 낸 테이블에는 국산 칵테일 한 병과 어포 안주 한 접시가 제공됐다.
4명이 넘을 때의 기본요금은 8명까지 1만2천원으로 2배. 물론 술과 안주 한 접시가 더나온다.
클럽 안의 매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담배. 거북선 한 갑에 5백 원씩 받아냈다.
『여자 애들도 이곳에선 칵테일 몇 잔에 담배 몇 대쯤은 보통이죠. 돈 만 더 주면 2층 밀실도 얻을 수 있어요』S고교3년 김모군(13)의 기가 차는 진술이다.
이날 밤 적발된 학생 중 김모양(17·M여고1년)은 친구7명과 생일기념으로 이곳을 찾아 즉석 파트너들과 술과 춤을 즐기다 걸려든 케이스이고 멀리 안양과 성남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원정파 학생도 8명 (여학생1명)이나됐다.
클럽의 정문을 지키는 우락부락한 종업원들은 20세가 넘어 보이는 입장객은 사절했고 사방에 감시원을 세워 당국의 기습단속에 대비해왔다.
강호「도라도라」는 춤추는 모양 「돌아 돌아」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지만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 때의 암호. 이날 밤 현장적발에 동원된 단속반은 젊은 경찰관들로 본의 아니게 청바지에 껌을 썹으며 한 것 젊어(?)보이려 분장까지 했다는 후문.

<오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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