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유치 경합 붙은 현지를 가다|거리엔 현수막 표어 유치탑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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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나고야 (명고녀) 시는 올림픽 무드에 젖어있다. 나고야 역에서부터 시내의 백화점·은행·관청 등에 이르기까지 높직한 건물에는 「올림픽을 명고옥으로」,「명고옥을 세계의 거리로」등 큼직한 현수막이 걸려있고 도처에 올림픽 유치 탑이 우뚝 서있다.
택시에는 올림픽 유치 표어가 붙어 있으며 접객업소에서는 올림픽 찬가가 흘러나온다. 개최지로 결정도 되기 전에 올림픽을 열고있는 듯한 법석이다.
나고야 올림픽유치운동이 시작된 것은 77년8월25일. 나까야 (중곡의명) 아이찌 (애지) 현지사가 88년 올림픽을 나고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부터다. 다음해인 78년9월에는 아이찌, 기후 (기부) ,미에(삼중)현과 나고야시 등 3현1시를 망라한 올림픽 문제협의회가 설치됐고 11월에는 1천2백 개의 상점·기업인들로 올림픽유치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이어 79년8월에는 아이찌현과 나고야 시에서 여론조사를 실시, 주민 65%의 찬성을 얻었다. 이 같은 주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79년10월에는 JOC(일본올림픽위원회)의 승인, 지난해11월에는 내각의 승인을 얻어 같은 달 26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정식으로 후보신청을 제출했다.
금년2월 나고야시와 JOC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한 올림픽 개최 스케줄에 따르면 개최 예정일자는 88년10월8일(토)부터 23일(일)까지 16일간. 장소는 나고야시를 중심으로 아이찌, 기후, 미에 등 3개 현에 걸치는 43개 경기장에서 23개 종목의 경기를 실시하며 주경기장인 육상경기장은 나고야시 동부구릉지대에 있는 간화공원 남쪽 국유지로 정했다.
이곳에 고정석 4만, 임시석 3만명 등 모두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을 건설하고 그밖에 1만2천명을 수용하는 수영장, 1만5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체육관등 모두 10개 경기장을 새로 건설한다는 것. 나머지 경기장은 3개 현에 흩어져있는 기존시설을 수리 정비해서 이용한다는 구강이다.
예상참가 인원은 선수 임원을 합쳐 1만 여명, 그리고 연3백50만명 정도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의 수용을 위해 3개현 안의 호텔 여관은 물론 1시간 거리에 있는 교오또(경도),오오쓰(대즙)시의 숙박시설까지 이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해 들어가야 돈도 엄청나 대회경비가 4백50억엔(약1천3백50억원), 경기시설을 갖추는데 4백50억엔(1천4백50억원)등 직접경비만 합쳐 9백30억엔 (2천7백9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79년 올림픽문제협의회발표) .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회를 치르는데 직접 필요한 돈이고 그밖에 손님을 맞기 위한 도로·지하철건설, 공항경비 등 이른바 관련공공사업비(7천4백86억엔)까지 합하면 올림픽을
치르는데 들어가는 총 경비는 무려 8천4백16억엔(2조5천2백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 돼 있다.
최근 나고야시는 인플레 때문에 직접경비만 70년의 올림픽문체협의회가 발표한 9백30억엔 보다 1백7O억엔이 늘어난 1전1백억엔 (3천3백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고야시가 이처럼 엄청난 경비를 들여가면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국제교류의 확대에 의한 세계 평화에의 공헌」 「나고야를 세계 속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 등 그럴싸한 수식어가 동원되지만 실제 속셈은 올림픽을 핑계로 정부예산을 끌어들여 돈 안 쓰고 지역공공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안자「나까야」지사는 『동경올림픽 때 동경도가 낸 돈은 얼마 안 된다. 돈이 모자라면 정부에서 받아 내는 게 정치다』 고 여러 차례 강조 한바있다.
나고야올림픽문제 협의회가 접수한 자금조달계획을 보면 총 경비 8천4백16억엔 중 45%를 정부에, 32%를 공사나 공단 등에 맡기고 주최측인 나고야시와 3개 현은 19% 정도만을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 같은 구미당기는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현재 올림픽유치에 대한 현지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게 식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내각이 올림픽유치계획을 승인하면서 정부의 대폭지원이 불가능하다 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부터는 반대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정부는 나고야올림픽에 대한 기본방침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재정재건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는 원칙 아래▲관련공공사업에 대한 특별지원은 없고▲경기시설을 갖추는데 드는 돈도 50% 범위 안에서 지원하며 대회운영비는 입장료·방송 중계료 등 대회수입으로 충당할 것을 밝힘으로써 부풀었던 현지주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78년에 결성, 유치운동에 열을 올린「시민연락회의」가 신중한 자세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가 하면 올림픽유치에 적극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11개나 생겨났다.
반대파들은 지난2월 유력한 라이벌이던 멜번이 재정 사정을 이유로 올림픽유치를 포기하자『나고야가 멜번보다 재정적으로 나을게 없지 않느냐』『올림픽개최는 주민의 부담만 늘릴 뿐』이라고 목청을 돋우고있다.
11개 반대단체들은「반 나고야 올림픽시민운동연합」 (대표 빙전양·명고옥대교수)을 결성하여 오는 29, 30일의 IOC총회에 11명의 대표단까지 파견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79년 여론조사 때와 사정이 바뀌었으니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있다.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고야시는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맹렬히 뛰고 있다. 일본올림픽유치 팀들이2∼3차례 세계를 돌며 관계자들을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지난8월 아이찌현 의회에 나온 올림픽 유치 관계담당자는 『80명의 IOC위원 중 60명을 접촉한 결과 그중 11명 내지 42명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고 보고했다.
추진파들은 한때 잠잠하던 서울이 갑자기 의욕을 보이는데 놀람과 당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서울은 공산망으로부터 외면 당할 것이고▲시설은 나고야보다 앞서 있으나 유치운동이 늦었고▲국제대회에 대한 경험도 적은 만큼 나고야가 이길 것은 확실하다고 기세를 올리고있다.
결판이 어떻게 날 것인지는30일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리는IOC총회의 투표결과를 기다려 보아야할 일이지만 엄청난 재정부담에 겁먹고있는 나고야로서는『안돼도 섭섭하고 돼도 걱정』 이 딱한 입장인 것 같다.

<나고야=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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