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증대, 경기회복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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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02면

박근혜 정부가 증세에 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가 담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올려 2조8000억원을 더 걷기로 한 데 이어 안전행정부는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인상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총 1조4000억원을 더 징수하겠다고 한다. 담뱃세 인상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지방세 인상은 무상보육·노령연금 같은 복지 재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증세의 불가피성에 대해선 원칙적으론 인정할 만한 측면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의 흡연율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심각한 문제다. 2008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복지 재원의 마련도 시급하다. 또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복지비 부담에 곳간이 거덜 날 위기다.

 이렇게 사회 여건과 환경이 변한 이상,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고수해 온 ‘증세는 없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현재 한국의 재정상황은 위기 단계로 진입하는 중이다. 지난해 정부가 걷은 세금은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255조원이다. 목표였던 270조원에 비해 15조원이나 덜 걷혔다. 올해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국세 수입만 10조원이나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세수 부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나라 곳간 사정을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체계적이고 정교한 세제 개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최근 증세안 발표가 여기저기서 찔끔찔끔 임시방편식으로 이뤄지는 듯해 실망스럽다. 증세가 분명한데도 “지난해 취득세가 2조4000억원 인하돼 전체적으로 보면 증세가 아니다”라느니, “물가와 소득 상승을 반영하지 않았던 것을 현실화한 것”이라느니 하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해명을 하고 있다. 이런 태도론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렵다. 특히 이번에 올리는 세금 대부분이 걷기 쉽고,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부과하는 간접세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역진세(逆進稅)와 다름없다. 워낙 급하다 보니 두서없이 임시방편을 들고 나온 듯하다.

 하지만 급하다고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세수 증대를 위한 근원적인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경기를 살리는 일이다. 기업이, 개인이 모두 돈을 잘 벌어 세금을 많이 내게 하는 게 정답이다. 따라서 정부는 쥐 잡기 식 세금 징수에 골몰할 게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기가 살아나면 세율을 낮춰도 세수는 늘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 각성이 절실하다. 지난 5개월간 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9월 정기국회 일정도 불투명하다. 130여 개 경제·민생법안은 세월호특별법 공방에 파묻혀 잠자고 있다. 경기 회복의 불씨는 벌써 위태위태한 형국이다. 식물국회 탓에 경기 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의원 연봉에 100%의 소득세를 물려 환수한다는 초강수라도 써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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