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사람들 … 그 현장을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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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320쪽, 1만6000원

19세기 덴마크의 처지는 참혹했다. 1801년 영국의 침공에 해상 무역이 멈춰섰고 국립은행이 파산했다. 1814년 현재 영토의 8배에 가까운 노르웨이를 스웨덴에 빼앗겼다. 그로부터 50년 뒤 국토의 3분의 1에 이르는 곡창 지대를 독일에 내줘야 했다. 사나운 날씨와 황무지만 휑뎅그렁했다.

 그리고 한 세기 반, 덴마크는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반열에 올랐다. 2013년 유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행복지수 1위 국가에 올랐다. 덴마크는 대학까지의 교육비와 병원비가 무료이고 실업 급여가 월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2년간 나오는 등 사회 안전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체 150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6년간 언론계에 몸담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사장이 이 질문을 들고 덴마크를 찾았다. 2013년 봄부터 2014년 겨울까지 세 차례 방문해 300여 명의 덴마크인을 만났다.

 저자는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지 여유를 두고 스스로 선택하고, 국가와 사회가 그런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에서 직장인은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고, 학생은 성적을 잘 따려고 공부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가 강한 덴마크에선 평직원의 기업 이사회 참여가 대부분 보장되고, 해고되더라도 보조금이 나오며 재취업의 길도 여러갈래다. 학교에선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지 않고, 고교 진학 전 1년간 인생 설계를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세금이 높아 빈부격차가 적고 직업에 관계없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저자에 따르면, 더불어 잘 사는 문화를 꽃피우게 한 자양분은 신뢰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이웃이 서로를 믿는다.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으니 복지가 탄탄해졌다. 연대가 단단하니 협동조합이 강해지고 노사 관계가 평화로워졌고 경제도 성장했다. 두 사람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덴마크엔 놀랍게도 아직 협동조합법이 없다. 신뢰가 있기에 법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덴마크 특유의 신뢰와 연대의 문화는 19세기말 싹텄다. 당시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 민족의 지도자들이 시작한 교육·노동·개간 운동이 성공을 거두면서다.

 세계적 경기 침체가 계속 장기화돼도 덴마크가 ‘복지 천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저자는 “덴마크는 유토피아가 아니다”고 전제하며 우선 장점부터 배워보자고 제안한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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