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영향 추석경기에 파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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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추석을 코앞에 두고 업계와 시장상인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시장경기가 불황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추석대목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으나 태풍애그니스가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연중 최대의 명절이자 대목인 팔월한가위를 맞아 업계에선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애그니스가 추석의 문턱에서 서울 이남지방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농촌구매력도 휩쓸고 갔다고 한탄이다. 다된 농사가 엄청난 수해를 입은 판에 추석빔을 살 여유가 있겠으며, 그러한 농촌 실태는 도시인의 구매 심리도 크게 위축시킨다는 것. 특히 농촌구매력에 큰 영향을 받는 섬유·전자 등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 또 금년추석엔 사회정화운동으로 선물 안주고 안 받기가 강화되어 더욱 거래가 한산하다고 백화점계선 울상이다. 벌써 선물상자들이 나갈 때쯤 됐는데도 통 나가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애그니스로 인해 의류·신발류·설탕·조미료 등의 상품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른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추석선물 품목들이다. 이들 상품이 특히 중소도시나 농촌에서 명절에 많이 사는 것으로 이들 지역이 태풍피해가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판매가 크게 움츠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을 맞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컬러TV를 보내자』며 추석을 기대했던 가전업계는 이번 태풍이 가전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특히 영·호남 수해지역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금성사·대한전선 등 가전3두는 이번에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지방에 대해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판매를 늘려나간다는 판매전략을 세웠다. 소비자의 구매행위는 날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천재지변에 가까운 태풍일 경우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 작년에 흉작이, 금년엔 태풍 애그니스호가 추석경기를 강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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