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달러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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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일 두 나라의 懸案(현안)이 되어 있는 경제협력 60억달러는 두 나라 경제규모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비중인가.
우선 60억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4조l천1백억원이다. 이것은 우리의 야심적인 제5차경제 사회발전 5개년계획에 소요되는 총투자 75조8천억원의 5·4%에 지나지 않는다. 60억달러를 연평균으로(5년) 나누면 12억달러. 지난80년 우리 GNP (국민총생산)는 5백74억달러였다. 12억달러는 그것의 겨우 2%일뿐이다. 척도를 좀 바꾸어 보자.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l966년부터 80년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2백45억달러였다. 물론 이 적자는 일본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서 빚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더구나 GNP 1천달러(1인당) 이하의 나라엔 「민생안정」을 위해 ODA(공적개발원조)계정까지 선정해 놓은 일본은 적어도 우리와의 사이에선 정치 도의적인 빚을 면하긴 어려올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천달러를 넘은 것은 1979년 이후의 일이었다. 바로 이 2백45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놓고 60억달러를 평가하면 4분의1(24·4%)에 불과하다. 60억달러의 4배를 갖고도 두 나라사이의 깊은 수령을 메울 수 없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60억달러는 지난해 대한무역흑자를 기준으로 고작 2년분이다. 우리의 총무역적자 중 일본이 차지하는 몫이 70·8%나 되는 것까지 계산에 넣으면 일본은 느끼는 바가 있음직도 하다. 일본의 주관으로 따져본 60억달러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일본의 GNP는 무려l조4백60억달러였다. 그 기준으로 12억달러는 고작 0·11%다. 일본인 1인당 GNP(8천9백90달러)로 쳐서 8달러의 부담밖에 안 된다. 원화로 계산하면 5천4백원 솔직한 심정은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릴 정도다. 일본의 안보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공짜」나 다름없다. 그들도 더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누가 뭐래도 자유세계의 최전선에 위치한 보두다. 우리가 그렇게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한반도정세의 안정을 자유세계의 안정과 연결 지을 때는 으래 「이센셜」(緊要)이라는 형용사가 쓰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도 그런 정치수사를 스스로 쓰지 않았는가.
일본국민은 한해에 5천4백원정도의 부담으로 일본의 앞마당을 지켜주는 방파제의 구실을 우리에게 위탁하는 셈이다. 우리는 바로 그 국방을 위해 총소득의3분의1을 매년 쓰고있다. 바꾸어 생각해 보자. 소련함대나MIG-25기가 일본열도를 넘나들면 당장 1조달러의 GNP를 걱정해야할 일본이 아닌가. 한마디로 우리는 60억달러에 생사를 걸만큼 주접이 든 나라는 아니다. 일본의 오만은 실로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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