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대학」의 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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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정학점만 따면 누구나 학사학위를받을수있는「개방대학」(Open University)이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실험 운영된다.
정부는 새헌법에 명시된「평생교육」규정에 따라 전국에 4∼5개정도의한방대학을 기존 전문대학에 부설운영한다는 것이다.「개방대학」이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금년봄 이규호문교부장관이「대학가순례」를 하면서『산업체근로자를 위해방송·통신대학을 확대할 계획이며「개방대학」의 개념을 적용, 이들이 언제라도 공부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발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한다.
이장관발언의 고락을 보면 문교부가 서둘러「개방대학」의 개념을 도입하려는 것은 산업체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연령에 관계없이「평생교육」의 일환으로서 그들에게 재연수의 기회를 주자는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기술이 진보하는 추세로보아 산업체근무자들에게 재훈련·재연수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고도산업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의 국정목표에 비추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개방대학을 서둘러 실시해보려는 정부의 의욕은 수긍할만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시에는 몇가지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 우선「개방대학」의 개념을 분명하게정립하는 일이다. 영국에서 73년부터 실시되고있는 것처럼 연령이나 학력에 제한을 두지않고 문자그대로 대학을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요구하는 기술인력양성을 위해 산업체근로자에 한해서 산업훈련과정으로서 운영하겠다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영국식「개방대학」제도인 경우는 말할것도 없고 단순한 산업훈련과정으로 운영하는 경우라해도 여기에는 이들을 훈련할수있는 전문가의 확보, 시설등 선행되어야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산업훈련을 시키려면 기계를 만져볼수있는 최소한의 실험·실습기구는갖추어야한다. 선진국에서는 산업체근로자들의 재훈련울 위해 중요실험은 다할수 있도록 치밀하게 고안된「보험실습함」(Experiment Kit)을준비해 놓고있다.
이러한 기구도 구비하지 않은채 실시되는「개방대학」이란 이름만 대학이고 우물쭈물 졸업장이나 주지않을수없게되어 가뜩이나 문제가되고있는 대학의 질저하현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조차 없지않다.
새공화국헌법에「평생교육」조항이 신설된후 성인들을 대상으로한 각종강좌가 크게 성행하고 있음은 교육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광범하게 있다는반증으로 반가운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것이 정부의 의무겠지만 거기에는 상담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안된다. 예산의 배려는 말할것도없고필요한 법령을 서둘러 정비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우선 비문적인 연구기관을 설치해서「공개대학」의 개념에서부터 세부적인 시행방안에 이르기까지를 분명히 정립해서 국민을 납득시켜야한다.
영국은「개방대학」을 실시하기까지10여년의 연구기간이 걸렸고, 일본만해도 이를 위해 문부생안에「사회교육심의회」를 설치해서 8년째 조사·연구를 하고있다.
후발의 이점은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는데 있다. 우리의경우 그 준비에 너무 소홀한채 서두르기만 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런여건조성없이 착수부터하고 본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잘못하면 탁상공론에그치기 쉽다.
우리실정에 맞는「개방대학」을 실시하려면 우선 전문가들로 연구팀을구성, 구체적인 실시방안과 실시시기가 담긴 청사진부터 제시하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에 앞서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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