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손발 묶인 삼성 전자지갑 먼저 만들고도 '애플 페이' 열풍 구경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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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애플이 새롭게 도입한 전자지갑 시스템 ‘애플 페이’에 대한 미국 시장 내 반응이 폭발적이다. 근거리 무선통신(NFC), 지문인식 같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먼저 도입한 삼성이 국내 규제에 발목잡힌 사이, ‘후발주자’인 애플이 유통망을 장악해 역전하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약 3.1% 상승하며 101달러(약 10만4636원)로 장을 마쳤다. CNN과 ABC·NBC·CBS 등 미국 공중파 방송에서 애플 페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30초 분량 동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덕분이다. 애플 페이는 아이폰6와 애플워치를 매장 내 NFC 기기에 대기만 하면 미리 저장해 둔 신용카드 정보로 즉시 결제가 끝난다.

 ‘애플 페이 효과’는 애플 진영에 참가한 맥도날드와 미국 은행주에도 덩달아 나타났다. 이날 맥도날드 주가는 93달러로 2.1%나 상승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은행, JP모건 등 은행권의 주가도 많게는 1.4% 까지 올랐다. 애플이 전체 지수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 나스닥 역시 34.24포인트(0.8%)가 상승한 4586.52로 마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평소 겸손한 모습과 달리 애플 페이에 대해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쿡 CEO는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카드 업체들에 검을 막 찔러넣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애플과 달리 삼성의 전자지갑 사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애플보다 먼저 NFC를 탑재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부터 ‘삼성월렛’이라는 전자 지갑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금융 당국의 보안성 강화 정책과 공인인증서 문제 등 잇따른 규제로 마일리지 적립에 그치는 수준이다.

 또 모바일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과 해외 25개국에서 시행 중인 갤럭시S5의 지문인식 결제 서비스도 국내에선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보안성을 앞세운 규제들을 풀지 않는 한 국내 업체들이 새로운 결제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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