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담 대표 누구인가] 베테랑 실무자들끼리 맞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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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 3자 회담 테이블에 앉을 북.미.중의 대표는 북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에 정통한 베테랑급 관리로 짜였다. 이들의 면면에서 이번 회담에 쏟는 세 나라의 각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근(李根)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대미통으로 꼽힌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한 1997년 4자 회담의 1~4차 접촉 때 차석대표로 나와 다자대화의 형식에 익숙할 것이란 평.

2000년 10월 조명록(趙明祿.국방위 제1부위원장)특사의 미국 방문과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을 비롯해 미국과 풍부한 접촉 경험을 갖고 있다. 김일성종합대 독어과를 나와 75년 대외사업국 지도원으로 외교관리 생활에 받을 디딘 후 미주과장을 거쳤다.

김계관(金桂寬)외무성 부상(副相)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문 때 '북핵 시인'논란으로 부닥쳤던 악연을 고려해 李국장이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협상 상대보다 낮은 급의 대표를 내보내는 북한 특유의 회담 전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접촉의 실무를 챙기고 있는 인물이다. 레이건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국장을 지내 동아시아와 북한 사정에 비교적 밝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22일 미 국방부 측은 존 볼튼 국방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볼튼 차관은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폴 울포위츠 부장관과 함께 북한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국방부 내 강경파 신보수주의 그룹이다.

중국의 대표로 나선 푸잉(傅瑩)외교부 아주국장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출신으로 소수민족 출신의 첫 여성대사를 지냈다. 傅국장은 78년 루마니아 대사관을 시작으로 외교관 업무를 시작했고 이후 10년 정도 외교부 번역실 근무와 영국 유학을 거쳤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덩사오핑(鄧小平).양상쿤(楊尙昆).장쩌민(江澤民) 등 최고위층의 통역을 맡았다.

90년대 들어서는 아주국 부처장과 1등 서기관을 지낸 뒤 캄보디아 유엔 임시기구에서 활동했다. 97년 인도네시아 대사관 공사 참사관을 거쳐 98년부터 3년간 필리핀 대사를 지냈고, 2000년부터 아주국장으로 일해왔다.

딸 하나를 두고 있고 골프가 보기 플레이어인 傅국장은 논리가 정연하면서도 여성다움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의 중재자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것으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당초 왕이(王毅.아주담당)외교부 부부장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북.미 측의 급을 고려해 국장급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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