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예술원의 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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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체제의 학·예술원이 출범했다. 지난4월 회원의 정년을 70세로 규정한 문화 보호법개정안이 입법회의를 통과하면서 겪었던 파동이 일단 수습되고 6개월만에 우리나라 최고의 적신문화이 기능을 시작한 점에 우선 축하를 보낸다.
개정당시 70세 이하로 정회원에 재임명된 78명을 제외하고 64명이 새로 임명됨으로써 학·예술원 정회원은 정원1백50명중 1백42명이 충원된 셈이다.
70세 이상의 구회원 63명이 원로회원으로 추대되고 아울러 각원의 회장단도 선출된 만큼 명실상부한 새 출발이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반년 남짓 활동을 못하였던 우리 학·예술원이 그간의 정체를 씻고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임으로써 활발한 새 출발을 하게된 점을 경하하면서 앞으로 우리 학·예술계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미흡하고 미진한 일말의 우려도 갖게된다.
그것은 새 학·예술원의 회원들이 우선 평균 연령 면에서 크게 낮아져 학술원이 전보다 8세나 낮은 61세, 예술원은 6세가량 낮아진 64세로 집계된 것에서도 느꼈던 여운이다.
비록 70세 이상의 원로회원제를 별도로 두었다곤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체면치레요, 형식이랄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학사원이 80대가중심이요, 90대와 70대가 엇비슷하게 나머지 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과는 너무도 차이가 있는 회원구성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바로 개정된 우리「문화보호법」 의 단견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일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미만한「소장중심」 「활력지상」의 사고에 원인이 있음을 알수있다.
노령의 사려와 청년의 추진력은 흔히 발전의 전형으로 인용되는 바이지만 경험과 사려의 결집인 노년이 버젓이 활동하는 사회야말로 안정감 있고 신뢰성도 큰 것이다.
특히 학문과 예술은 오랜 경륜과 온축의 결정이다. 오랜 각고와 연찬·의 과정이 없는 학문과 예술은 값진 것이 되기 어렵다.
학문과 예술은 개인적인 연찬만이 아니라 광범한 학자·예술인의 토낭 위에서 수준향상도 있고 인류에 기여할 창조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전문분야의 원로와 기숙이 노년에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며 존경을 받고 권위를 인정받는 사회풍조가 조성돼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학문·예술의 최고성숙기를 60대로 잡고있는 우리사회의 안목과 경신풍토는 문제일밖에 없다. 이것은 곧 우리 문화사회가 심도와 축적이 없는 경박한 문화와 사회환경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려나 이제 우리 학·예술원은 그 같은 무모한 새 법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이제 새로 출범한 학술원이 그 연령의 제약말고 예산면의 변화와 기능면의 변화가 실제로 현저히 나타나야한다는 것은 이런 부정적 논의의 극복을 위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한 나라의 정신적 원로원이나 다름없는 학·예술원쯤 되면 시류를 좇기보다는 민족의 근본을 바르게 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새 법에 따라 새로 출범한 「젊은」학·예술원은 이점에서 전과는 다른 뚜렷한 업적을 쌓음으로써 국가민족, 나아가서는 인류조합에 기여해야될 입장에 있음을 자각하여야겠다.
출범에 맞추어 학·예술원의 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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