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허민 구단주 이해…내가 사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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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11일 전격 해체됐다. 원더스가 2011년 창단 후 3년 만에 해체를 선언하자 선수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프로구단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당했던 그들은 원더스에서 재기를 꿈꿨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됐다. 원더스 선수들은 오전 10시 해체 소식을 듣고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미팅이 끝난 뒤 평소처럼 경기도 고양시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훈련을 했다.

김성근(72) 원더스 감독은 “애들이 지금도 훈련을 하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미 실패를 맛본 선수들에게 또다시 아픔을 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 묻어났다. 소속팀을 잃고도 계속 뛰는 선수들, 또 그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김 감독은 힘겨운 이별을 하고 있었다.

-지금 심정이 어떤지.

“글쎄…. (팀 해체 결정을 듣고) 며칠간 선수들 얼굴 보기가 너무나 괴로웠다. 나만 알고 있어야 했으니까. 오늘 해체 소식을 전하니 좀 나아졌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런데 저 녀석들, 지금도 훈련을 하네….”

-허민(38) 구단주가 갑작스럽게 해체 결정을 내렸다.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사실 허 구단주에게 더 미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구단주였어도 팀을 해체했을 것이다. 야구계가 원더스를 받아주지 않았다. 허 구단주가 얼마나 야구단을 위해 헌신했나. 그걸 지켜주지 못했으니 내가 '야구인으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원더스 구단이 밝힌 해체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다. 원더스는 지난 3년간 프로야구 퓨쳐스(2군) 팀과 번외경기를 했다. 내년에는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에 편입돼 정식 경기를 치르길 바랐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반대했다. 회원사가 아닌 구단에 회원사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해체한 것인가.

“허 구단주가 이 문제로 3~4개월을 고민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던 중 내가 프로팀 감독으로 간다는 소문도 있었다. 고민 끝에 내가 공식적으로 말했다. 원더스 감독을 맡고 있는 한 절대 프로팀에 가지 않는다고. 그게 8월 27일이었다. 허 구단주가 마음을 돌릴 줄 알았는데….”

-원더스 해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나.

“고교 야구팀이 62개로 늘었다고 한다. 그 밑에 리틀야구팀도 늘었다고 한다. 그러면 뭐하나. 그들이 갈(입단할) 곳이 있어야지. 원더스 해체는 야구계 전체의 타격이라고 본다.”

-허 구단주와 나눈 마지막 말은.

“앞서 말한 대로 사과를 전했다. 비(非) 야구인인 허 구단주가 그동안 야구단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나. 그걸 야구계가, 야구인인 내가 지켜주지 못했다.”

-통산 13번째로 감독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전까지 고교팀, 프로팀에서 12번 잘렸다. 그래도 그땐 나 하나 잘리는 거였다. 이번엔 팀 전체가 없어졌다. 예전에 잘렸을 때보다 수십 배 안타깝고 괴롭다.”

-앞으로 계획은.

“일단 우리(원더스) 선수들 진로 상담을 해야 한다. 11월까지 훈련하겠다고 하는 선수들이 많다. 진로 상담을 요청한 선수들도 꽤 있다. 선수들을 하나하나 만나볼 것이다. 그 다음에 난 뭘 해야 하나 고민을 해야겠지.”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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