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로 탈세…" 병원 협박해 돈뜯은 세파라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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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씨(55)는 올해 초 자신을 ‘세파라치(신고포상금 사냥꾼)’라고 소개하는 한 남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차명계좌를 사용해 탈세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국세청에 신고하려는데 돈을 주면 봐주겠다”고 A씨를 협박했다. 탈세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A씨는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세파라치에게 300만원을 줬다.

이같은 수법으로 전국 병원과 한의원을 상대로 돈을 뜯어온 신고포상금 사냥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모(41)씨를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1년4개월간 전국의 병원과 한의원 등에 손님을 가장하고 찾아가 차명계좌 사용사실을 적발하고 “돈을 주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69회에 걸쳐 208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자신의 협박에 응하지 않은 병원들을 국세청에 신고해 신고포상금 310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사업장이 차명계좌를 사용해 영업하는 사실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고 있다. 탈세 적발액 1000만원이 넘으면 신고자에게 건당 50만원을 지급한다. 울산경찰청 송상근 광역수사대 팀장은 “신고포상금을 받는 것보다 협박하는 방법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포상금 제도를 악용한 세파라치들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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