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국악 재정립의 잔치|명인·원로 참여 20일부터 제1회 대한민국 국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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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통 국악의 마지막 명인으로 꼽히는 가야금 산조의 김죽파·함동정월씨 등을 비롯하여 원로 및 중진급 국악인들의 연주를 원형 그대로 접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제1회 「대한민국 국악제」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문예 회관 극장에서 열린다.
문예진흥원이 주최하는 이 국악제에는 아악을 비롯하여 판소리·시조창·승무·창극·현대 창작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형태의 국악이 총망라되는 국내 최대의 국악인 잔치가 될 것 같다.
대한민국 음악제·무용제·연극제와 함께 올해에 이어 앞으로도 문예진흥원의 연례 행사로 계속될 이 국악제는 우선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국악의 형태를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번 국악제 기간에 문예 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프로그램은 정악·민속악·종교의식 음악도 포함하고 있으며 공연 시간 또한 2∼4시간으로 크게 늘렸다.
그 원인은 국악곡은 대체로 숨이 긴 것이라서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경우 맛 뵈기 식으로 한두 토막만을 연주해 왔는데 이번에는 원형 그대로를 재현하게 된 때문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20일 대극장에서 열리는 개막 연주의 밤은 현대 창작 국악곡의 연주 중심으로 꾸며진다. 이상규 작 『대바람 소리』, 박일훈 작 『앵』, 김인평 작 『관현악 조곡 제2번 두레』가 서울 시립 국악 관현악단에 의해 연주된다.
가장 재미가 있어 일반 청중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프로그램은 창극 『박타령』 판소리 『흥보가』를 창극으로 꾸민 것인데 각색과 연출은 오태석씨가, 도창과 창 지도는 인간문화재 김소희씨가 맡았다.
23일은 민속악의 밤. 수심가 난봉가 육자배기 노랫가락 등서도 남도 경기 지방 민요가 소개되고 흥겨운 가야금 병창도 있다. 박귀희 안비취 오복녀 묵계월 이은주씨 등 원로 및 중견 국악인이 대거 출연한다.
거문고의 김선한씨, 대금의 이생강씨가 연주하고, 박동진·박초월·김소희씨가 노래하는 산조와 판소리의 밤 (24일), 그리고 국립국악원 연주단이 연주하는 아악의 밤 (25일)도 마련되어 있다.
한편 소극장 프로그램은 훨씬 본격적이고 학구적이다. 21일은 박송암 스님 등의 범패 (짓소리)와 젊은 국악인들의 모임인 정농악회와 해경악회의 『영산회상』이 연주된다.
22일은 김월하씨 등이 출연하는 시조창, 배정혜씨의 승무, 김숙자씨의 도살 풀이가 공연된다. 23일에는 판소리 『심청가』 한판이 성창순씨에 의해 노래된다. 반주는 김득수·김동준씨. 공연 시간 4시간.
24일은 전통 가곡의 남녀창 총25곡이 모두 공연되는 프로그램. 김월하·홍원기씨 등이 출연하는데 전승되는 가곡이 한자리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은 가야금산조로 꾸며진다. 가야금산조의 마지막 남은 2명의 명인 김죽파·함동정월씨가 출연하여 자신이 평생토록 만들고 다듬어 온 가락을 연주하는 뜻깊은 자리.
두 명인 모두 70세 전후의 고령이므로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마련되기 힘든 기회가 될 것 같다. 정농악회는 이날의 연주를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영구 보존 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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