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출판계에 사전편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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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한기의 출판계에 국어사전·외국어사전의 편찬작업이·열기를 띠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61년 간행된 후 20년만에 처음으로 대폭 개정·보완되는 이희승 저 『국어대사전』(민중서림)과 우리 나라에서 처음 편찬되는 『인도네시아 한국어사전』(외국어대·안영호 교수 편) 『노한사전』(고대러시아문화연구소) 등. 이밖에 『대학한사전』(단국대동양학연구소)과 『중국어대사전』(고대민족문화연구소)도 중국어권 밖에서는 가장 방대한 사전이 되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국어대사전』은 현재 「ㅅ」(시옷) 항까지 2천2백 페이지의 조판이 끝나 내년 초에 완간할 예정이다.
일석은 그동안 늘어난 어휘, 새로 생긴 말, 뜻이 바뀐 말 등을 조사하기 위해 4년 동안 1백여 명의 대학원 박사과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것.
개정 판 『국어대사전』에 수록될 어휘 수는 아직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출판사측은 현재의 신국판을 사육배판으로 바꾸고 페이지 삭도 3천3백 페이지에서 4천3백 페이지로 늘릴 계획이다. 따라서 현재(23만 단어)보다 수록되는 어휘수가 50%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중서림 유한성 상무는 『국어대사전 초판에 수원지의 지자를 지로 잘못 표기, 한동안 공문서에까지 수원지가 수원지로 통용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면서 사전의 생명인 「정확」을 위해, 5번씩 교정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일석은 국어대사전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면서 『내 생애 마지막 작업이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해 편집진들도 숙연해 졌다는 이야기다.
『대한한사전』은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소장 황패강)에서 지난 75년부터 17년 계획으로 편찬하고 있는 것으로 1백만 단어를 17권(국판)에 나눠 수록할 예정.
현재 2백 여명의 한문학자들이 참가, 한국식 한자와 고유한자를 분리해서 주석을 붙이고 있다.
황교수는 현재 동양에서는 일본의 『대한 한 사전』(「모로하시」,편)이 한자어 사전으로는 가장 권위가 있지만, 단어와 어휘수에서 이를 능가하는 사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민족문화 연구소의 『중국어 대사전』은 중국 본토에서 현재 쓰고있는 일상용어를 중심으로 15만 단어를 수록할 예정.
그동안 세계 각 국에서 발간된 중국어 사전의 범례를 분석, 우리 나라에 맞는 사전체제를 만든 이 연구소는 금년 초 원고 집필에 착수, 7월 초순에 「시험용 사전」을 만들어 냈다. 이 시험용 사전은 8월 초순에 3백 여부를 인쇄, 중국어 문학가 및 유관기관에 배포한 뒤 이를 보완해서 82년까지는 최종안을 확정한 다음 83년에 발간할 계획이다.
한편 『인도네시아-한국어사전』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상용어로 사용되고있는 말레이어 가운데 4만 단어를 추려 원고를 작성중이며 『노한사전』도 내년 발간을 목표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있다.
국내 출판계·대학연구소의 이 같은 사전편찬 작업에 대해 성균관대 이춘갑 교수(서지학)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하고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을 만드는데 70년이 걸렸던 것을 교훈 삼아 「졸속」보다는 「완벽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사전이나 백과사전에 대한 평가는 5∼10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면서 우리 나라 사전류도 이 기회에 참고 문헌을 하나하나 밝히고 지면제약으로 충분한 내용을 싣지 못할 때는 독자들이 참조할 문헌이라도 소개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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