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복귀한 전 주미대사 함병춘 씨, 외교현장 경험 가미해서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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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교를 떠난 뒤에도 대학원 강의를 줄곧 맡아와 전혀 새롭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막상 관직생활을 청산하고 본연의 교수로 돌아오게 되니 약간 설레입니다.』
2학기부터 연세대 법대교수로 법철학과 비교법 강의를 맡게 된 함병춘 전 주미대사(표)는 벌써 강의 준비를 끝내고 개강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 동안의 관생활을 평가한다면 학자로서 자칫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에만 치우치기 쉬운 근시안적 매너리즘을 방지했다고 할 수 있어요. 결코 외도는 아니었습니다. 정치나 권력에 매료된 적이 없었으니까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나 국가에 봉사하는 일이나 다같이 애국 아닙니까.』
70년 대통령 정치 담당 보좌관을 맡고 학교를 떠났던 그는 격동의 70년대를 바로 그 현장에서 보냈다. 함 대사는 자신의 전공인 법학이 관념적이라기보다는 철저히 현실에 바탕을 둔 학문이기 때문에 그 동안의 경험으로 강의 내용이 더 풍부하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학자와 관직은 양립할 수 없다고 백안시하는 경향은 잘못된 것입니다. 학교나 정부라는 영역은 서로 배타적이거나 이질적인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는 오히려 학자로서의 양심, 인간으로서의 양심이지요.』
가장 어렵고 불편했던 시기에 한미 외교의 최전방에서 야전 사령관 역을 맡았던 함교수. 코리아게이트라 일컫는 박동선 사건으로 동분서주했던 그는 당시의 일들을 언젠가 회고록으로 엮을 생각이라고 했다. 『책을 쓰기 위한 자료는 모아놓고 있지만 아직 쓸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인물들이 지나간 후에야 가능하겠지요. 아무튼 앞으로는 학생들과 더불어 가르치고 연구하고 집필하는 데만 몰두할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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