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금융 경영진 동반중징계, 환골탈태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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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결국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처분을 받게 됐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린 경징계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현재의 임기를 마칠 수는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처분은 사실상 당장 사퇴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다른 금융권의 임원이 될 수 없는 징계를 받은 경영진이 현재의 직무를 계속하는 것은 무리다. 이건호 행장은 이날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임영록 회장도 동반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번 중징계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벌인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더 크게 물은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KB금융은 이번 중징계 결정 이전에도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미 경영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두 경영진이 동반 퇴진할 경우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경영진으로 남아 있는 것이 조직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이상 경영진 교체를 미룰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KB금융을 누가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다. 금감원은 지주사와 은행의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분란의 당사자가 돼버린 이사회가 KB금융을 바로 세우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차제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인 없는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사회의 구성은 물론 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 선임 방식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대원칙 하나는 이번 내분의 원인이 된 낙하산 인사는 이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 아래 주주와 고객, 종업원의 이해를 감안해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최선의 지배구조를 찾아야 한다. KB금융이 이대로 무너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