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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보리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갖가지 식품의 제조·저장·유통과정을 샅샅이 알고나면 정말마음놓고 먹고 마실만한 것이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무허가식품업소에서 만들어 파는 비위생적인 불량식품은 말할것 없고 버젓한 간판의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가운데도 불량·부정식품은 얼마든지 있다.
접객업소에서 보리차라고 내놓는 엽차마저도 끓이지않은 맹물에 인공색소를 풀어 만든 것이라고한다. 참 어이없다.
불고기를 연하게 하기위한 연육소로 극물인「KOH」(수산화칼륨)가 흔히쓰인다는 얘기에도 아연할 뿐이다.
차를 마신 다음에도 엽차를 마시는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사람 특유의 습성일 것이다. 숭늉을 마셔버릇한 오랜습성에서 보리차인줄 알고 엽차를 마시지만 그것이 사실은 캐러멜제조 용인공색소나 가루를 풀어 아무렇게나만든 불량음료수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집중단속결과 적발된 업소들이 가짜엽차를 만들어 사용하는이유는 물을 일일이 끓여서 다시 냉장고에 넣어 식히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거기에 드는 비용 월5, 6만원정도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고한다.
유해한것이 아닌한 인공색소를 섞어서 음료수를 만드는 것자체는 크게나무랄 일은 아니다. 식품에대한 검사기준이 까다로운 미국의 FDA(식·의약품관리청)도 식용색소의 음료수첨가는 승인하고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손님들이 요구하는 것이 보리차이며, 또 그런줄 알고 마시는 이상 적어도 보리차를 물에 끓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밖에도 불량·부정식품의 예는 열거할수 없을만큼 많지만 특히 연육소로서「KOH」를 쓰는 따위의 일은 철저히 단속해야겠다.
영세업소에서 연육소로 쓰는 「KOH」 는 독성과 부식성이 강해 일정기준이상으로 과다사용하거나 오랫동안 거듭해 먹으면 인체의 세포기능을 저하시키거나 혈액순환에 지장을 주고 심한경우 장기의 기능마비까지 일으키게한다.
이런 무서운 화공약품을 사람이 먹는 음식에 쓴다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임은 물론, 어떻게 그런 정신상태가 가능한지 기가 막힌다.
부정·불량식품하면 으레 영세업소의 제품이나 변두리의 영세음식점이 연상되지만, 더욱무서운 함정은 유명제품이나 이름있는 음식점들에도 얼마든지 있다.
가령 요즘 한참 성수현기인 빙과류만해도 대량생산을위해 냉동용 공소같은 약품을 쓰게된다. 이런 화공약품의 취급과정에서 자칫 실수가 생기면 그피해는 한두사람이 아니라 몇백 몇천명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는 부정·불량식품과「비위생적」인 음식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겠다. 변두리 해장국집에서 파는 음식이 비위생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서민들이 즐겨찾는 이런업소는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자연 즐어들거나 도태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당국의 단속도 「위생」이란척도보다는 인체에 해로운 부정식품에 보다 중점을 두어 펴나가야할 것이다.
다시말해 휘황한 간판에 요란한 실내장식을 하고서 「KOH」를 연육소로쓰는 업소야말로 당국의 철저한 단속의 손이 미칠 대상이다.
그동안의 연례적인 단속결과 각종식품의 제조·유통·저장과정에서 어디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는 대충파악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료들을 십분 활용해서 단속도 단속이려니와 부정·불량식품의 화를 미연에 방지하기위한 대국민계몽에도 당국은 한층 힘써야할 것이다.
한나라의 식품관리상태는 그나라의문화척도도 된다. 문화국민의 긍지를높이기 위해서도 당국의 단속에 앞서 모든 음식점이나 식품제조업소들이 식품관리를 철저히 하는 기풍이 뿌리를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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