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베 전 주한일대사 『최근의 한국타세』 강연|일인의 대한자세 잘못돼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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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외무성 차관으로 내정된「스노베」(수지부모삼) 전주한일본대사는 13일 한국의 현정권은 혁신성과 안정성을 특성으로 하고 있으며 한글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국가건설에 자신과 기개를 보이고있다고 말했다.
국제관계공동연구소(소장 김산정영)가 마련한 특별강연회에서「최근의 한국정세」란 제목의 강연을통해 그는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신뢰성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말하고 구체적으로▲안전보장문제▲경제협력▲문화교류가 양국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자세가 잘못된점이 많다고 비관하면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나쁜감정이 일본에서는 잊혀지고 있지만한국에서는 살아있다는 점을 일본국민은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강연요지는 다음과같다.
▲한국과 일본은 민족이 다르기때문에 사회적 심리적인 면에서 적지않은 간격이 있었다.
가강 인상깊었던 일은 10·26사태이후의 어려운 시기를 한국민이 슬기와 노력으로 무난히 극복해나간 점이다.
▲전대통령체제의 특징은 혁신성과 안정성이다.
현체제의 등장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체제는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교육받은한글세대,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들은 대단한 민족주의자들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기나라라는 생각과 자기나라를 자기손으로 건설하겠다는 강한 의식을갖고 있다.
이들은 『하면된다』 또 『하겠다』는 기개가 강하다.
또 하나 북에대한 대항의식이 강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대화를 하겠다는자신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전대통령이 남북최고당국자회담을 제의한바 있지만 나는 북이 응하기만 하면 남북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측의 제안은 결코 제스처가아니고 본심이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한국은 이밖에 비동맹외교를 강화하고 중공·소련에 대해서도 접근을 시도하는등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의 또하나의 특징은 안정성이다. 군내부의 분열, 학생데모등 부정적인 견해도 있으나 이는잘못 본 것이다.
어느 나라이건 불평불만은 있게마련이며 한국의 경우 그런점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안정돼있다.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신뢰확립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한일간에는 여러문제가 제기되겠지만 ⓛ안전보장문제③경제협력문제③문화교류의 3가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될 것이다.
안보문제는 미국의 일본에 대한방위력증강요구등이 제기되고 있고일본과 북한과의 접촉도 한국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화교류는 앞으로의 세대가 서로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중요하다.
▲일본인은 과거를 잊고 있지만 한국의 대일감정은 살아있다는 점을 일본인은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의 유명한 작가가 프랑스 르몽드지기자에게 물어보기를 베트남과 알제리 어느쪽이 더 민주화됐느냐고 했더니 프랑스기자가 두나라를 식민지화 한것이 프랑스인데 내 무슨 낯으로 비교하겠는가라고대답하더라는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 일본인도 이 프랑스인처럼 겸허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비민주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것도 잘못이다. 지난 선거에서 구정치인이 참여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패를 일소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있고 북한의 위협을 고려할때 비판만 하는것은 잘못이다. 일본은 그에 앞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해야한다. 새로운 헌법등으로보아 전대통령의 중임은 을 것으로 본다.일본은 이해에만 사로잡혀 있는데이런자세는 지양해야하며 실제로국제회의등에서 한일간에 협력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많다.
▲한국의 당면과제는 경제문제다. 고도성강은 아니라동 확실한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핸디캡이 있다. 남북분단에 의한 방위 부담문제다. 해외경기의 침제로무역역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일 무역적자는 30억 달러를넘고 있다. 이같은 여건에서 설비투자가 줄고 있다는 것도 어려운문제다. 그러나 한국인, 한국경제가갖고있는 잠재력으로 이를 극복할것으로 본다.
▲한반도정세에 관한 인식에서 한국과 일본이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같은 일이라도 어느 측면에서 보느냐에따라 견해차이가 생기기 쉬운것처럼한국안에서 볼때와 밖에서 볼때 다른 의견이 나올수는 있을것이다.
더 중요한것은 한일양국이 신뢰관계의 바탕에 서느냐의 문제다.
▲박대통령시대의 유신체제는 지나친 일이 있어도 이를 막을 장치가 없었으나 지금은 헌법등 자동제어장치가 마련돼있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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