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핀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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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젠가 한 농부의 호주머니속에 든 동전에 벼락이 띨어진 일이 있었다. 한여름 소나기중엔 원두막의 라디오도 벼락을 맞기 쉽다. 안테나 때문이다.
3년전엔 제주발 부산행 비행기(여객기)의 안테나에도 벼락이 쳤었다. 모두 7, 8월에 있었던 일들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때가 낙뢰의 철이다. 연평균 30일쯤이 뇌신의날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떨어지는 벼락은 하루평균 2천4백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많이 떨어지는 곳은 자바섬이다.
동남부 인도네시아의 주도로 활화산이 많아 그곳 기상이 특이하기 때문인 것같다. 연평균 2백25일 계속해서 벼락세례를 받는다.
벼락이라고 다 무서운 것은 아니다. 우선 안전시설로는 피뢰침을 믿을수 있으며, 사람의 경우도 몇가지 수칙을 알아두면 어느정도 화를 면할수 있다.
번개가 칠때 들에서는 큰 나무나 철탑이나 원두막같은 돌출부나 쇠붙이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서있는 것보다 앉아있는 것이, 앉아있는 것보다 누위있는 편이 벼락??더 안전하다는 이치와 같다.
일본 기옥대학의 연구팀은 몇해전 낙뢰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도전생 도료를 바른 인형을 보험대상으로 삼았다.
그 인형의 모자엔 쇠붙이로된 배지를 붙이고, 머리엔 핀을 꽂았다. 그밖에도 파스너(지퍼) ,브래지어의 쇠고리, 허리띠의 버클등을 부착, 낙뢰실험을 했다.
그 결과, 머리의 헤어핀과 모자의 배지는 벼락을 불러들이는 성질이 매우 강했다. 일본학자들은 그실험을 통해 「헤어핀 효과」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그러나 바지에 붙은 지퍼나 허리띠의 버클은 오히려 낙뢰로부터의 안전을 도왔다. 지퍼처럼 신체표면에 선상으로 따라붙은 쇠붙이는 낙뢰의 전류를 신체표면으로 흘리는 성질이 컸다. 피뢰침의 효과를 낸것이다. 지퍼의 경우, 벼락을 맞아도 체내에의 위험전류를 줄이는 구실을 했다.
필경 지난8일 우리나라 알프스등반대가 해발 3천9백여m의 아이거봉에서 낙주의 변을 당한것도「헤어핀효과」때문이아닌지 궁금하다. 물론 그런절벽에서 벼락을 만나 안전하기란 천행에가까운 일이다. 사고가 그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등산, 더구나 알프스등반같은 극한에의 도전은 그야말로 만반의위협에 대비해야할 것이다.기술은 첫째의 필수조건이지만, 천후에 대한 예비지식도 소홀히 할수없다. 등반사고는 부가항력보다는 「미비」 가 언제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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