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이비인후 질환 문영일<이대부속병원 이빈인후과장>|직업성 난청(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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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하는 직장의 주위 환경 때문에 계속 강한 소음을 들어가면서 하루종일 일을 하든가, 그다지 크지 않은 음이라도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게되면 청신경에 손상을 주어 영구적이거나 혹은 일시적으로 신경성 난청을 일으키게 된다. 예를 들면 철공소나 보일러실에서 일하는 사람·제트기 조종사·탄광부·전화 교환원 같이 소음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귀가 잘 안들린다고 호소하는 일이 많다. 물론 이런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 전부에게 오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감수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오는 것이 사실이고 소음에 폭로된 총시간·폭로 지속시간·음의 강도·연령·성격 등에 따라 좌우되게 된다.
처음에는 보통 회화 때 사용되는 음보다 약간 높은 음을 듣는데 지장이 와서 잘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으나 차차 진행됨에 따라 회화 음을 듣는데도 곤란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된다.
얼마 전 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로크뮤직 때문에 생기는 신경성 난청은 특히 젊은이들이 귀가 아프도록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때문에 청신경이 손상을 받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않게 발견되고 있다. 요컨대 우리들의 귀는 강렬한 음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또 약한 음이라도 지속적으로 피로를 느낄 만큼 계속 듣게 되면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는 신경성 난청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미리 예방하는데 힘써야 하겠다.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소음에 폭로되는 기회를 없이하는 것인데 소음이 직업과 직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때는 해로운 소음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 소음이 발생하는 기계종류를 개량해 소음을 방지 하든가, 방음장치를 설치 하든가, 작업 방식을 변경시킬 필요가 있다.
또 소음을 청취하지 않도록 귀마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필요한 회화 음을 들을 수 없는 단점도 있으므로 소음에 제일 예민한 2천 헤르츠 이상의 높은 음만을 차단시키는 특수한 귀마개를 사용하면 좋다.
또 근무 부서를 적절히 배치해서 소음에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처음부터 소음환경이 아닌 부서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수성을 알기 위해서 청각의 피로현상을 이용한 방법이 사용된다. 비교적 강한 음을 일정시간 들려주면 그 쪽 귀에 일과성의 난청이 생기며 이것을 청각 피로라고 하는데 이 현상이 잘 일어나는 사람은 소음에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다.
끝으로 약물을 사용하여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비타민B1, 니코틴산 등을 장기간 복용해서 소음에 의한 난청을 예방할 수 있으나 아직도 그 효과의 판정은 결론지을 수 없다. 치료에 특수한 방법은 없으나 예방법에서 언급한 두 가지 약제가 치료제로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청신경이 파괴되면 다시 소생시키는 문제는 예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직업성 난청은 조기에 발견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예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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