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릴린먼로, 니콜키드먼, 샤론스톤과 케이트 블란쳇, 방송인 오프라윈프리와 가수 비욘세, 전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브루니. 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속옷 브랜드가 있다. 오스트리아 브랜드 ‘한로(HANRO)’다. 마릴린먼로가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통풍구 위에 섰을 때 입고 있던 속옷도 한로 제품이다. 1884년에 설립돼 올해 130주년을 맞은 한로가 유럽과 미국 시장을 벗어나 올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론칭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매장이 한 개 뿐이었으나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매장을 준비중이다. 시장 점검을 위해 한국을 찾은 스테판 호만(55·사진) 한로 대표를 2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
- 한로는 어떤 회사인가.
“130년 동안 최고의 소재로 혁신적인 원단을 만들어 온 회사다. 실과 면, 속옷을 모두 자체 제작한다. 1985년 옷의 상하좌우에 봉제선이 전혀 없는 ‘코튼 심리스’ 속옷을 개발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제품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가장 잘 팔리는 한로의 대표 제품이다. 배우 니콜키드먼이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입고 나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07년에는 실을 아주 가늘게 뽑아 얇은 면 ‘코튼 센세이션’을 만들었다. 너무 얇아서 생산하기 어렵지만 입으면 가볍고 몸에 감겨 센세이션이란 이름이 붙었다.“
- 한국인들은 비싼 속옷에 지갑을 열지 않는데.
“그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대부분 눈에 보이는 데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속옷에 거액을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린 소수의 수준높은 고객들을 찾고 있다. 고품질의 제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상위 10%의 고객이 타깃이다. ”
- 국내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
“한국은 성숙한 시장이다. 중국은 규모가 크지만 아직까지도 로고가 큰 제품이나 유명 브랜드가 인기다. 한로가 자리잡기 어려운 토양인 셈이다. 반면 한국은 단순한 디자인 속에서 세련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 가격대가 어느정도인가.
“팬티는 5만원, 브래지어는 10만원대다. 슬립이나 그밖의 속옷도 20만원을 넘지 않게 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했으나 앞으로는 전세계 동일 가격 정책을 쓰기로 했다.”
- 성공을 위한 전략이 있나.
“매장 자체가 광고판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브랜드를 모르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매장의 제품 배치나 디자인, 분위기를 보고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프로모션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고객이 제품 구입하는 순간부터 제품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 한로는 제품 전체를 유럽에서 만든다. 왜 자체제작을 고집하나.
“원단의 90%는 오스트리아 공장에서, 옷의 85%는 포르투갈 매장에서 만든다. 속옷에 들어가는 자수도 사내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원단 제작은 우리가 지난 130년간 쌓아온 고유 기술이기 때문에 유출해선 안된다.”
채윤경 기자